가계대출 부추긴 '전셋값과 공모주'

韓銀 조사 결과 주택담보대출 6.7조원ㆍ신용대출 3조원 각각 증가 9월 기준 16년 만에 최대…추석 상여금 유입돼 증가폭은 다소 줄어

2020-10-13     이코노텔링 곽용석기자
한국은행이

지난달 가계대출이 9조6천억원 증가하면서 9월 기준으로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불어났다. 2004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월별로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8월(11조7천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 통계(잠정)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57조9천억원으로 한 달 사이 9조6천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이 8월(6조1000억원)보다 많은 6조7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절반 이상인 3조5000억원이 전세자금 대출이었다. 일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기타대출'도 3조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이 주택 매매·전세 자금과 공모주 청약 자금 수요가 이어지면서 9월 기준으로 16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한은은 "주택담보대출은 6∼7월 중 늘어난 주택매매가 시차를 두고 대출 실행으로 이어졌다"며 "최근 수도권 전셋값 상승의 영향으로 전세자금 대출도 8월 3조4천억원 늘어난 데 이어 9월에도 3조5천억원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타대출은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주택 관련 자금 수요가 이어졌다"며 "다만 추석 상여금 유입 등의 영향으로 증가폭은 줄었다"고 덧붙였다.

9월 중 은행 기업대출은 5조원 늘어 8월(5조9천억원)보다는 증가폭이 둔화됐다. 9월만 따졌을 때는 증가액이 2015년 9월(5조7천억원) 이후 가장 컸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대출은 기업들의 분기말 일시상환, 운전자금 수요 둔화 등으로 감소했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이 계속된데다 추석 관련 기업 자금수요 등으로 증가폭이 8월 6조1천억원에서 9월 7조3천억원으로 커졌다.

한은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어려움이 대기업보다는 소상공인 쪽으로 작용해 자금 수요가 지속된 데다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 등이 중소법인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중소기업 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