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전셋값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 같다"

홍 부총리 자신도 마포 전셋집 비워줘야 하는데 아직 못구해 소유한 의왕아파트는 매각해 세종시 분양권만 있는 '무주택'

2020-10-08     이코노텔링 곽용석기자
관가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세난 속 전셋집을 옮겨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부총리가 정부가 취한 부동산 정책의 영향을 직접 체험하기에 이른 것이다.

관가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서울 마포 전셋집을 빼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집 주인이 본인 실거주를 이유로 내년 1월 전세 만기를 앞두고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개정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홍 부총리는 세입자로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집을 빼달라는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 홍 부총리는 본래 본인이 거주하던 경기도 의왕 소재 아파트를 매각해 사실상 무주택 상태다.

홍 부총리의 원래 거주지는 경기도 의왕이다. 지난 30여년 의왕과 안양 지역에서 거주해왔다. 의왕 소재 아파트에서 2005년부터 가족들과 함께 살면서 2017년 말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세종시에 분양권을 받았다. 투기과열지구인 세종시는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는 지역이다.

홍 부총리가 서울 마포에 전셋집을 구한 것은 부총리 취임 이후다. 정부서울청사와 국회, 청와대 등을 자주 오가는 경제부총리 입장에서 출퇴근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마포에 전셋집을 구했다.

올해 3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관보에 실은 재산변동 사항을 보면 그는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배우자 명의로 6억3천만원에 아파트를 전세로 얻어 거주 중이다.

올여름 집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고위 공직자들에게 다주택 상태를 해소하라는 지침이 내려지자 홍 부총리는 원래 거주하던 의왕 아파트를 매각했다. 세종시 소재 아파트 분양권은 매각이 불가능한 상태라서 다주택 상황을 해소하려면 의왕 주택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현존하는 주택이 아닌 분양권만 갖고 있는 홍 부총리 입장에선 집주인이 전셋집을 빼달라 고 하자 전세보증금을 올려 새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최근 전셋값 상승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도 연관되어 있다. 개정 임대차법에 담긴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상당수 전세 물량이 연장되면서 매물은 줄어든 가운데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크게 올려 받고 있다.

8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전셋집은 구했냐고 묻자 홍 부총리는 "아직 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염리동은 매물도 3개밖에 없고 1년 동안 2억5천만원이나 올랐다는데 (집 구하는 것이) 잘 되길 바란다"면서도 "한 나라의 경제정책을 주관하는 수장이 경제적 약자를 위해 정책을 만들었는데, 그 정책이 오히려 어려운 사람을 더 어렵게 하고 부메랑이 부총리에게 곧장 간다는 것이 정책 만드는 사람을 겸손하게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질의·답변 과정에서 "전셋값이 단기적으로 많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고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책 후) 2개월 정도면 어느 정도 효과가 나지 않을까 했는데 안정화되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추가 대책을 계속 강구해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