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업보는 '광주참극 사과'부터 해야 풀린다

퇴임 32년동안 본인도 자유스러운 삶 살지 못해… 정권 바뀔 때마다 곤욕치르는 사슬 끊어야

2019-03-11     고윤희 이코노텔링 기자
전두환대통령은

 전두환(88) 전 대통령은 퇴임한지 32년이 지났지만 일반시민처럼 자유롭게 살기가 어려운 사람인 것 같다. 자신이 저지른 업보 때문이다. 12.12 쿠데타로 헌정을 중단시켰고 폭압정치에 맨 몸으로 맞선 광주시민에 대한 무자비한 진압으로 광주를 핏빛으로 물들게 했다.

그러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곤욕을 치렀다. 노태우정부때는 ‘5.18 청문회’장에서 혼이 났고 김영삼정부때는 구속 수감됐다. 김대중정부때가 그래도 가장 편안하게 산 편이다. 내란음모사건으로 사형선고까지 받은 김대중 대통령이 ‘용서’한 까닭이다. 실제로 전두환은 “김대중 대통령이 일을 잘한다‘며 호응하기도 했다. 그 이후론 추징금 2205억원을 둘러싼 논란에 바람 잘 날 없는 세월을 보냈다.

박근혜 정부때도 한차례 거덜이 났다. 2017년 9월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 명의로 된 경기 연천군 토지를 매각하는 등 온 가족의 재산이 추징금 환수의 표적이 됐다. 최근엔 재국씨가 한때 운영하던 시공사 부지와 전씨 일가가 차명으로 보유한 임야 등 토지를 공매에 부쳐 20억원 안팎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한다. 물론 그가 사는 연희동 자택은 경매에 붙여졌으나 연거푸 유찰됐다. 전두환 대통령은 처음엔 자신의 통장에 '29만원' 밖에 없다며 버텼다.

동네 이웃에 상이 나면 수백만원씩 부조한다는 그지만 그런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아리송할 뿐이다. 아무튼 전두환은 11일 24년만에 법정에 섰다. 알츠하이머(치매)을 앓고 있다고 둘러대며 법정출석을 기피하다가 골프장에 간 것이 들통났다. 그날 5만원권을 잡히는대로 꺼내 캐디에게 주려다 동반 플레어들의 만류로 5만원권 한장만 줬다고 한다. 급기야 골프 타수를 꼼꼼히 셋다는 골프장 캐디의 증언이 나오면서 여론이 나빠졌고 마지못해 이날 서울에서 먼 길인 광주 지방법원으로 가야했다.

이날 전씨 측 변호인은 "과거 국가 기관 기록과 검찰 조사를 토대로 회고록을 쓴 것이며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된 것도 아니다"라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고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헬기로 광주시민을 공격했다는 조비오 신부의 주장에 대해 2017년에 발간한 자신의 저서에서 '가면을 쓴 사탄','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언급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었다.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전씨는 '발포명령자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아! 왜이래"라며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광주에서 시민들을 향해 던진 첫 마디다. 사죄나 용서를 구한다는 자세는 엿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