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반도체 굴기'에 33조 베팅
평택에 파운드리 라인신설에 이어 낸드플래시 라인도 증설키로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 기술과 '초격차' 유지위해 선제투자 결행
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캠퍼스 2라인에 8조원을 투자해 최첨단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증설한다. '메모리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삼성의 의지가 반영된 선제적 투자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2라인(P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추가로 구축한다고 1일 발표했다. 평택 2라인은 지난달 21일 발표한 초미세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이 들어서는 곳이다.
삼성은 지난달 평택 2라인에 EUV 파운드리와 함께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클린룸 공사에 착수했다. 내년 하반기부터 5나노 이하 EUV와 함께 최첨단 V낸드 제품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끊겨도 저장된 데이터가 손상되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업계 최초로 6세대 V낸드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이번 추가 투자로 평택캠퍼스는 2015년 단지 조성을 위한 첫 삽을 뜬 지 5년 만에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를 망라하는 최첨단 반도체 복합 생산기지로 거듭나게 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낸드 추가 투자의 의미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도래와 5세대 이동통신(5G) 보급에 따른 중장기 낸드 수요 확대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비대면(untact) 라이프 스타일 확산으로 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평택캠퍼스 2라인의 한 개 층을 EUV 파운드리 라인과 낸드플래시 라인으로, 다른 한 개 층은 메모리 반도체인 D램 생산 라인으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 2라인의 D램 생산 설비는 지난해부터 공사가 진행돼 연내 가동을 앞두고 있다.
삼성은 이날 투자금액을 공개하진 않았다. 반도체 업계는 지난달 발표한 파운드리 라인의 투자 규모는 9조∼10조원, 이번 낸드플래시 라인은 7조∼8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공사 중인 평택 2라인 D램 생산라인은 투자비가 15조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모두 합하면 평택 2라인 증설에만 33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도 잇달아 투자에 나서는 것은 중국의 낸드플래시 기술이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에서 '메모리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검찰 수사와 미·중 갈등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비전 2020'을 발표한 이래 올해 2월 화성 EUV 전용 V1라인과 5월에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달 평택 파운드리 라인 투자에 이어 이번에 낸드 증설 투자까지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