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개월 연속 무역흑자 행진 물거품
4월 수출 24% 급감…9억5천만 달러 적자 기록 "글로벌 수요위축 속 내수는 비료적 양호한 수준" K-방역 의료용품은 29%늘며 수출호조 신바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충격으로 4월 수출이 급감했다. 무역수지도 98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멈추고 적자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4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3% 감소한 369억2천만달러였다. 수출액으로는 2016년 2월(359억3천만달러) 이후 4년 3개월만에 최소치였고, 감소폭은 역대 3위로 컸다.
2∼3월에는 주로 대(對)중국 수출이 부진했다면 4월에는 미국, 유럽연합(EU),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주요 시장이 모두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수출이 감소했다. 특히 대EU 수출은 유럽 각국의 이동제한에 따른 수요 위축과 생산 감소로 4월 중 하루평균 수출이 올해 들어 가장 적은 2억달러에 머물렀다.
대중 수출은 중국 내 조업 중단으로 2월 중 하루평균 수출이 10년 만에 처음 4억달러를 밑돌았다가 3∼4월 들어선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아면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주요 수출품목을 보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공급과 수요가 함께 위축되면서 각각 –36.3%, -49.6%의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수요가 위축된 반도체도 14.9%, 철강은 24.1%, 스마트폰은 43.6% 감소했다.
석유제품의 경우 수출 물량은 늘었지만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수출액이 56.8% 감소했다. 석유화학제품도 33.5%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다만 한국산 방역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져 바이오·헬스 수출은 29.0% 증가했다. 세계적으로 재택근무가 확산함에 따라 수요가 증가한 컴퓨터 수출은 99.3% 급증했다.
산업부는 "3월 중순부터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록다운(봉쇄령)과 공장 셧다운(일시적 가동정지) 조치를 취하면서 4월 수출이 큰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4월 수입은 15.9% 하락한 378억7천만달러였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미국, 유럽 등과 달리 국내 제조업은 셧다운 없이 정상 가동하면서 중간재와 자본재가 꾸준히 수입돼 수출 대비 하락 폭이 완만했다.
이에 따라 수출입차인 무역수지는 9억5천만달러 적자를 내면서 99개월 만에 흑자 행진을 멈췄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나타난 무역적자와 비교하면 민간소비와 국내생산에 기여하는 자본재·중간재 수입이 유지돼 내수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함을 보여줬다. 2009년 1월에는 자본재(-31.3%)와 중간재(-28.2%)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생산과 투자에도 영향을 미쳐 10개월 연속 수출이 부진했었다.
산업부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한국 제조업은 주요국과 달리 정상 가동하는 가운데 수출보다 수입 감소율이 낮아지면서 적자가 발생했다"면서 "국내 제조업이 정상 가동 중이고, 주요국 대비 내수 여건도 나쁘지 않아 '불황형' 적자와는 구조적으로 다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밝혔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복합 위기에 따른 글로벌 생산 차질, 이동제한 및 국제유가 급락 등에 따라 4월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면서도 "한국은 성공적인 방역국이자 안전한 생산·공급기지로 주목받고 있어 코로나19 글로벌 진정세가 확산하면 수출이 다시 반등·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