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떠 받히는 '개미'투자액 20조 돌파

19조원 어치 팔아치운 외국인 물량 거의 소화 삼성전자 등 일부 대형주는 외국인 자금 유입

2020-04-08     이코노텔링 장재열기자
코로나19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주식을 20조원 어치 넘게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19조원 정도를 순매도하며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는데도 이른바 '동학 개미 운동'으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은 식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 이후 4월 8일까지 개인 투자자의 코스피 누적 순매수액은 20조2697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2개월여 만에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이 순매수한 주식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4월 2일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던 누적 순매수액은 4월 6일 하루 개인 투자자들이 8천억원 정도를 순매도하면서 19조원대로 내려갔다가 8일 다시 20조원대로 올라섰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19조3824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3월 5일부터 4월 8일까지 2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처분한 주식 물량을 거의 다 받아낸 셈이다.

앞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개미들은 코스피 주식을 11조8천억원 어치(연간 누적 기준)나 순매도하며 국내 증시를 외면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선 점차 매수 우위 흐름을 나타냈고, 2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자'에 뛰어들었다.

개인 투자자의 2월 코스피 누적 순매수액은 4조8974억원으로 1월(4조4830억원)보다 9.24% 많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두 차례 서킷브레이커(매매거래 일시중단)가 발동되는 등 주가 변동성이 컸던 3월에는 매수 강도가 더욱 세졌다.

개인 투자자들은 3월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11조1869억원을 순매수해 1999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 기간 거래일 중 개인이 순매도를 보인 날은 단 이틀뿐이었다. 특히 3월 9일에는 하루 새 1조2800억원 어치를 사들여 2011년 8월 10일(1조5559억원) 이후 8년 7개월 만에 하루 최대 순매수를 기록했다.

개인의 투자자금도 넉넉한 상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진입을 위한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 예탁금(투자자들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둔 돈)은 4월 7일 현재 43조4090억원 규모다. 이는 연일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던 3월 말보다 소폭 줄었지만, 1월 말(28조7192억원)과 비교하면 51.2%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주식투자 열풍이 장기화하면서 '빚 투자'또한 다시 늘어났다. 7일 기준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잔고(코스피·코스닥 합산)는 7조2602억원으로 지난달 말(6조5783억원)보다 10.4% 늘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이다. 지난달 한때 10조원을 넘어섰다가 3월 말 6조원대까지 감소한 뒤 4월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개미들이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향후 주가 반등을 노린 저가매수 '베팅'에 나선 것이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개인은 1월 20일 이후 4월 8일까지 2조898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개인 투자자의 누적 순매수액은 총 23조1677억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