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는 6개월간 금지했지만…
기관과 외국인이 거래 99%차지해 '뒷북행정' 빈축 2013년 11월이후 처음…자사주 취득한도는 확대
정부가 주식시장이 패닉 상태에 들어간 13일에야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장중 코스피지수 1700 및 코드닥지수 500선이 무너지고 두 시장에 주식거래 중단 조치(서킷브레이커)가 취해진 뒤에야 주식 없이도 사고파는 공매도를 금지하는 뒷북 행정에 나선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오후 은성수 금융위원장 주재로 임시회의를 열고 오는 16일부터 6개월 동안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같은 기간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상장사의 하루 자사주 매수주문 수량 한도를 완화함으로써 자사주 매입을 촉진시키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또 증권사의 과도한 신용융자 담보주식의 반대매매를 억제하기 위해 동일 기간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 의무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10일 첫 시장 안정 조치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주가가 연일 급락하면서 공매도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 금융당국과 정부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제기되자 결국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팔고, 실제로 가격이 내려가면 싼값에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수익을 내는 구조다. 코로나19 사태로 연일 주가가 급락하는 가운데 공매도 세력이 기승을 부려 12일에는 공매도 거래대금이 1조원을 넘기도 했다.
공매도는 특히 신용도가 높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활용하고, 개인 투자자는 소외돼 불평등 게임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주식시장 공매도 거래대금 103조5천억원 중 개인 투자자 거래대금은 1조1천억원으로 1.1%에 그친 반면 외국인 투자자 거래대금은 약 65조원으로 62.8%, 기관 투자가는 37조3천억원으로 36.1%였다.
금융당국은 공매도를 금지할 경우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며 미온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이에 대해 개인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이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3월 13일의 금요일, 주가가 폭락하는 ‘검은 금요일(블랙 프라이데이)’ 현상을 빚자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수장과 금융수장들을 청와대로 불러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특단의 대책을 지시했다. 이에 금융위원회가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제한하기로 한 모양새다.
공매도 한시적 금지는 처음이 아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도 한시적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취했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그해 10월 1일부터 이듬해 5월 31일까지 8개월 동안 전 종목의 공매도가 금지됐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도 8월 10일부터 11월 9일까지 3개월간 전 종목 공매도가 금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