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선의 중국 구석구석 탐색(78)비래사(飛來寺)

'걸쇠없는 山門엔 구름이 문을 닫는 곳'… 건축 자재가 날개도 없이 날아간 곳에 지어 장족 부인들은 山神 좋아하는 솔향ㆍ오곡ㆍ 맑은 물을 화로에 넣어 평화와 안전 갈구

2020-03-17     이코노텔링 홍원선대기자(중국사회과학원박사ㆍ중국민족학)
오전에

매리설산에서 첫밤을 보내고 날이 밝아온다. 아침 창문을 통해 강렬한 햇빛이 눈을 찌르듯 쏟아져 들어와 눈이 절로 떠진다. 시계바늘이 8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 창문을 열어보니 천지가 서서히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이 방은 남서 양방향으로 모두 창문이 달려 있고 4층방이라서 다른 방과 집들에 비해 조망이 아주 좋다. 그냥 방에서 웅장한 매리설산을 바라보는 것 자체로도 아주 좋아서 30여분간을 그냥 창문에 기대서서 설산의 흰 눈과 웅장한 산세를 실컷 조망하고 난 뒤 아침 산책을 위해 호텔을 나섰다.

명조

우선 호텔에서 아주 가까운 운남과 티벳을 연결하는 길 건너의 설산 전망대로 향했다. 이미 많은 순례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었다. 아침 이른 시간에 하늘엔 여전히 흰 구름이 제법 넓게 자리잡고 있었지만 청명한 하늘은 이곳 운남에 온 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넓게 나무테크가 설치된 전망대에서 자리를 옮겨가며 다양한 각도에서 매리설산의 모습을 담았다.

그러나 카메라가 담을 수 있는 범위가 한정돼 있어 많이은 아쉬움이 남는다. 다양한 렌즈와 촬영기법이 따라준다면 눈으로 보는 감동을 거의 그대로 담을 수 있겠다 싶은데 디지털 카메라로는 한계가 있다.

전망대에서 오랫동안 매리설산이 주는 벅찬 감동을 마음에, 그리고 카메라에 담은 후 이곳을 나와 다시 전망대 부근의 여관촌 앞을 걸었다. 여관촌 산책 후에는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명조 시기에 초건되었다는 비래사 ( 飛來寺 )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관거리에서 수백미터 떨어진 조그만 절인 비래사는 티벳불교사원으로 이곳 장족의 성산인 매리설산 때문에 명성을 얻게 됐다. 이곳 비래사와 여관촌은 운남과 티벳을 연결하는 국도인 滇藏공로의 연변에 자리잡고 있다.

비래사

이곳에 이르는 도로 연변에 고송들도 줄지어 서있고 절의 산문엔 “古寺無燈憑月照, 山門不鎖寺雲封”( 등불없는 고찰에 달빛이 비추고, 걸쇠없는 산문엔 구름이 문을 닫는구나 ) 이란 대련이 깊은 산속의 고적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이 티벳불교 사원이고 주요 신도들이 장족이긴 하지만 산문의 대련을 보면 한족문화의 영향도 적잖이 엿보인다. 절의 이름과 관련해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원래 이 절을 지을 장소는 현재 위치에서 2km 바깥이었고 절을 짓기 위한 각종 건축재료가 준비된 상황에서 공사 첫날 밤 기둥과 대들보 등 주요 건축자재가 날개도 없이 멀리 날아갔다고 한다.

매리설산

주지스님이 이것들이 날아간 곳을 찾아보도록 했고 사방으로 이를 찾던 사람들이 이들 기둥과 대들보가 바로 지금의 비래사로 날아와 이곳에 스스로 자리잡고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신의 뜻으로 여겼고, 바로 이곳에 절을 짓고 절 이름을 비래사라 했다고 한다.

매리설산 국립공원지역은 다른 표현으로는 비래사 관광지역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절에는 일반 불교사원의 특성과 함께 산신께 제사를 올리는 큰 화로가 설치되어 있다. 인간의 길흉화복을 좌우한다고 믿어지는 산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솔향과 오곡 그리고 맑은 물이라고 한다. 주로 티벳 장족 부인들이 어린 솔가지를 화로에 넣어 솔향을 만들어낸다.

설산

동시에 오곡도 불타는 솔가지 위에 던져 넣고 간혹 맑은 물을 뿌리기도 하였다. 산신이 좋아하는 이 모든 것을 화로에서 묵묵히 그리고 경건하게 봉헌하는 티벳 장족의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았다.

이런 의식이 모두 산신을 즐겁게 하고 노여움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고 장족부인은 설명하였다. 그들은 이처럼 소박하게 매리설산의 산신이 좋아하는 것을 바치면서 평안과 행복을 기구하고 있었다.

비래사에서 몇 커트 사진촬영을 하고 더친현성 방향으로 좀 걷다가 방향을 돌려 여관촌으로 돌아가다. 11시 넘어 유일하게 문을 연 한 식당에 들어가 야크찜( 30위안 )과 마파두부( 15위안 ) 그리고 야채볶음( 10위안 ) 밥과 기타 ( 5위안 )로 점심을 먹었다. 배가 모처럼 아주 불렀다. 원래 밥을 제외하고 2가지를 주문했는데 주문이 잘못 전달되어 3가지 요리가 나와 결국 음식을 조금 남기게 되었다.

매리설산

오늘 날씨가 더할 수 없이 맑고 청명하다. 아침엔 약간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으나 한낮이 되면서 따뜻한 느낌이 들어 꽉 채운 윗옷의 지퍼를 좀 내려야 했다. 다시 전망대로 발걸음을 옮겨 구름이 많이 걷힌 설산을 감상하면서 한편으로 카메라 셔터도 눌렀다. 전망대에서 앉아서 무념의 상태를 유지하려 애써면서 한참을 설산을 쳐다보았다.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기운이 가득한 산이었다.

전망대를 나와 호텔로 돌아가다. 호텔로비에서 20위안을 주고 야크버터인 수요우로 만든 수요우차를 한 주전자 사고 티벳과 티벳 주변의 관광도로지도를 20위안에 구입하였다. 수요우차를 마시면서 방에서 누워서 산을 쳐다보면서 좀 쉬어야겠다. 막 하군으로부터 오전에 부산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메시지가 입전되었다. 조속한 컨디션 회복을 기원한다 친구야! 차를 마시며 창밖으로 전개되는 아름다운 설산을 감상하면서 컴퓨터에 저장해둔 음악을 들었다. 아마도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이 상황이 신선세계에 아주 근접한 게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들었다.

비래사

휴식을 취하면서 약 2리터 정도일 것으로 생각되는 수요우차 한 주전자를 모두 마셨다. 오후 6시께 해가 저물 무렵 다시 산책을 나서 비래사로 갔으나 이미 산문은 대련에 적힌 글과는 달리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되돌아오는 길에 이곳 여관촌에서 가장 깨끗한 신축여관 1층의 식당겸 카페에서 가장 가격이 비싼 데리야끼 치킨 ( 58위안 )과 야채샐러드 ( 25위안 )를 주문하여 저녁으로 먹었다. 내일 교통편을 확인해보니 아침 9시에 샹그릴라로 가는 직행버스가 바로 전망대 앞에 있다고 한다.

이제 내일은 샹그릴라로 돌아가 모레 샹그릴라 대협곡을 구경하면 쿤밍의 북쪽 여정은 마감하게 되고 서쪽과 남쪽의 운남지역 여정을 진행하게 된다. 어느덧 여정의 3분의 1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