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GE 성공신화' 이끌던 잭 웰치 전 회장 타계

효율 강조하며 대규모 감원도 불사해 '중성자 폭탄' 별명 "개선하라, 그렇지 않으면 문 닫거나 매각하라"명언 남겨

2020-03-03     이코노텔링 곽용석기자

'세기의 경영자'로 불린 잭 웰치 전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2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4세. 사인은 신부전증으로 전해졌다.

웰치 전 회장은 1981년 최연소로 GE 회장에 올라 20년 동안 회사를 이끌며 GE 성공 신화를 일궜다. 그는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을 비롯한 사업확장 등 공격적 경영으로 미국 경제 전문잡지 포천(Fortune)으로부터 1999년 '세기의 경영자'(manager of the century) 평가를 받았다.

웰치 전 회장은 1935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철도기관사였다. 메사추세츠 에머스트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1960년 일리노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60년 화학 엔지니어로 GE에 첫발을 들인 뒤 1972년 부사장, 7년 뒤에는 부회장에 올랐다. 1981년 45세 때 GE 역사상 최연소 회장에 올라 2001년까지 20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그는 GE 수장으로서 재임 기간 1천여 건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회장 취임 7년 만에 GE 캐피털 뱅크를 설립했다. NBC가 보유하던 전자회사 RCA를 비롯해 증권회사 키더 피보이를 인수하고 GE 에어로스페이스를 매각하기도 했다.

웰치 전 회장은 GE의 주식 시가총액을 120억달러에서 한때 4100억달러로 키웠다. 같은 기간 GE 매출은 270억달러에서 1300억달러로 증가했다. 그의 재임기간 GE 주주들에게 돌아간 수익률은 개인 배당금을 포함해 연 21%, 총 5천%에 이르렀다. 미국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은 GE의 뿌리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지만, '현대 GE'는 웰치 전 회장이 일궜다고 평가했다.

웰치 전 회장은 "GE의 모든 사업 부문은 '시장 리더'가 돼야 한다"면서 "개선하고, 그렇지 않으면 문을 닫거나 매각하라"는 말을 자주 해왔다. 그는 이 과정에서 감원 등 대규모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회장 취임 5년 만에 인력이 41만1천명에서 29만9천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전체 인력의 4분의 1이 넘는 10만명 이상 인력을 감축한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 채널 CNBC는 웰치 전 회장이 대규모 감원으로 인해 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중성자 폭탄'(neutron bomb)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중성자 잭'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웰치 전 회장은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등과도 교류했다. 웰치 전 회장은 정주영 회장과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하다 이해관계가 엇갈리자 정 회장의 제안으로 팔씨름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웰치 전 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에 대해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네 가지는 책임감과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는 능력, 올바른 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회장은 그 네 가지를 고루 갖춘 경영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1999년 방한해 고 김대중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국의 경제는 세계 모든 나라에 좋은 모델이 되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이 한국 국민의 에너지와 경제회복 속도에 대해 놀랍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