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회장, 등기이사직 내려놔

"이사회의장직서 물러나지만 미등기임원으로 그룹 통괄 회장 역할 종전대로" 정의선 수석 부회장, 이사회의장 바로 승계하지 않고 모빌리티 사업 정관추가

2020-02-21     이코노텔링 곽용석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1년 만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는다. 현대차 이사회는 19일 정몽구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정몽구 회장의 임기는 3월16일 만료된다. 이에 따라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미등기 임원과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만 유지하게 된다.

현대자동차의

현대차 측은 "정몽구 회장은 미등기 임원으로 기존과 동일하게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회장으로서 역할을 지속한다"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라는 관측에는 선을 그었다. 올해 82세인 정몽구 회장은 80대에 접어들면서 공식 행보는 거의 하지 않았고,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정 회장은 1999년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 겸 그룹 회장을 맡은 뒤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현대·기아차를 세계적 자동차 회사로 키웠다. 품질경영과 현장경영으로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을 끌어올렸고, 그룹 연구개발(R&D)의 중심인 남양연구소를 설립해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세계 주요 지역에 현지공장을 건설하며 도전해 빠른 성장을 일뤘고, 국내 부품업체들과 함께 진출해 동반 성장을 추구했다. 이런 공을 인정받아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한국인으로 처음으로 헌액된다. 그러나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 매입 결정을 두고 무리한 투자라는 지적을 받았고, 비자금 조성과 횡령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는 등 어두운 그림자도 남겼다.

재계의 관심은 3월19일 주주총회 이후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넘겨받을지 여부인데, 이번 주총에서 곧바로 이사회 의장직을 이어받지는 않으리란 관측이 우세하다.

사실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 현대차그룹 지휘봉을 넘기는 과정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지난해 주총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았다.

한편, 현대차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해 사업 목적에 모빌리티 등 기타 이동수단과 전동화 차량 등 충전 사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초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시무식을 처음 주재하며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 지원업체로 전환 계획을 발표한 뒤 이에 맞춰 전략을 추진해왔다.

아울러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모빌리티, 인공지능(AI), 보틱스, PAV(개인용 비행체, 신에너지 분야 등 미래사업 역량 확보를 위해 2025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