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히 줄어드는 '생계형 일자리' 비상
최저임금 올라 골프장 '그늘집' 너도나도 문 닫아
‘생계형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사정이 급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잡을 수 있던 단기 아르바이트나 서빙 인력을 찾는 곳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서민들은 팍팍해질 전망이다.
제조업은 물론 금융과 ICT 분야 등 에서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차치하고서라도 서민들이 생계를 위해 당장이라도 뛰어들 곳이 없어지고 있는 셈이다. 국내 투자의 부진과 국제경쟁력 약화로 국내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거란 전망이 많아 더욱 걱정이다.
언제부터인가 골프장에 있는 쉼터인 이른바 ‘그늘집’이 문을 닫고 있다. 17일 경기도 이천 인근의 골프장. 그늘집에는 사람이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에 있는 화장실 입구만 활짝 열려 있다. 사람도 없고 매대도 없다. 탁자나 의자도 싹 치워졌다. 골프장에 물으니 그늘집 운영을 안 한다고 한다. 속사정은 따로 있었다. 최저임금이 올라 아르바이트 등 단기인력을 쓰면서까지 그늘집 운영을 해봐야 별 이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물론 골퍼들의 주머니 사정도 좋지 않아 그늘집을 이용하는 빈도가 최근 크게 줄었다고도 한다. 그늘집 휴식 시간이 없어지자 골프장은 한 팀이라도 더 받는 여유가 생겼다는 설명도 한다. 몇 홀 돌다가 허기를 달래며 담소를 즐겼던 곳이 없어져 서운한 마음도 들었지만 경제가 어렵다는 현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편의점, 식당 등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어 최저임금이 몰고온 ‘일자리 발목잡기’가 개선될 전망은 많지 않아 보인다. 소득을 올려준다면 그 일을 누가 나쁘다고 할 것인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최저임금은 이미 속도조절에 들어갔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실제로 경영주가 느끼는 부담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현장과 멀리 떨어져 경제를 보는 정부를 믿고 기업을 하거나 장사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다. <고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