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2% 턱걸이…10년 만에 최저
작년 정부기여도 1.5%P, 민간은 0.5%P …'재정주도형 성장' 低성장에 원화약세…1인당 국민소득 3만2천달러로 떨어진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간신히 2.0%에 턱걸이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미친 2009년(0.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잠재성장률(한국은행 추산 2.5∼2.6%)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GDP는 전년보다 2.0% 증가했다.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2%로 예상을 웃돌면서 가까스로 2% 성장을 지켰다. 다수 민간 경제전망기관에선 이보다 못한 1.9% 성장률을 예상했었다.
연간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돈 것은 제2차 석유파동이 닥친 1980년(-1.7%),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5.5%), 2009년(0.8%) 등 3차례로 모두 경제위기 상황이었다. 위기로 불리는 상황이 아님에도 성장률이 2%에 턱걸이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경기가 부진했던 것은 2015∼2018년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건설경기 호황이 끝나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조정이 겹쳤기 때문이다. 반도체 가격 하락과 세계 경제 둔화의 여파로 수출도 감소했다.
한국은행 박양수 경제통계국장은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무역환경이 좋지 않았고,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에서 나름대로 선방한 것으로 평가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와 유사한 제조업·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진 독일의 성장률이 절반 이하로 위축(2018년 1.5%→2019년 0.6%)되는 등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건설경기 호황 조정, 보호무역주의 팽배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나름 선방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한은이 제시한 전망치와 이날 발표된 속보치를 비교하면 특히 설비투자(작년 1월 전망 2.0%→속보치 -8.1%)가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도 좋지 않았다. 건설투자(-3.2%→-3.3%)는 조정 국면이 이어졌고, 민간소비(2.6%→1.9%)도 연초 전망보다 더 부진했다. 이와 달리 정부소비는 2018년 5.6% 성장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6.5%의 높은 성장률을 이어갔다.
지출항목별 연간 성장기여도를 보면 정부 부문이 1.5%포인트인 반면 민간 부문 기여도는 0.5%포인트에 그쳤다. 지난해 경제성장의 75%를 재정이 담당했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민간 부문의 부진이 심각했다. 정부가 슈퍼예산으로 확장 재정정책을 펼쳤지만 민간 경제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은 것이다.
연간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교역조건 악화로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 반도체 등 수출품 가격이 원자재 등 수입품 가격보다 더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실질 GDI 하락폭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7.0%) 이후 21년 만에 가장 컸다.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전년(3만3400달러)보다 줄어든 3만2천달러 안팎으로 예상된다. 명목소득이 실질소득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해 원화 약세가 달러화 표시 소득을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한편 4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1.2%로 2017년 3분기(1.5%)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수출은 전기 대비 0.1% 감소한 가운데 민간소비가 0.7%, 건설투자 6.3%, 설비투자는 1.5% 증가했기 때문이다.
4분기 성장률이 선방한 것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 집행률을 높이는 데 총력을 다했기 때문이다. 4분기 성장률의 지출항목별 기여도를 보면 정부 부문 기여도가 1.0%포인트로 3분기(0.2%포인트)보다 크게 높아졌다. 민간 부문 성장기여도는 3분기 수준인 0.2%포인트에 그쳤다.
그래도 지난해 2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던 민간투자의 성장기여도가 0.5%포인트를 나타내 플러스(+)로 전환함으로써 향후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낳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