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이나 야구나 교만은 금물… SK8년만에 우승

2018-11-13     고윤희 이코노텔링 기자
한동민은

‘홈런 공장’ SK가 ‘조직과 근성’의 두산을 제치고 한국 야구의 정상에 올랐다. 8년 만이다. 두산과 14.5게임차로 2위에 오른 SK는 페넌트레이스 내내 한화 또는 넥센과 2위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였을 뿐 정규시즌 우승을 넘볼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7개월동안 독주하고 포스트시즌 한달 가까이 쉰 두산의 ‘가을 잠’ 후유증은 컸다.

정규시즌 동안 실책도 가장 적고 찬스마다 득점을 올려 승수를 무려 93승까지 챙겨 일찌감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지만 마지막에 눈물을 떨궜다. 우선 공격이 빈약했고 수비실책은 두산 답지 못했다. 정수빈의 4차전 홈런과 마지막 6차전 그의 송곳 송구로 3루 주자를 잡은 장면이 두산다운 플레이로 꼽을 수 있는 몇안되는 장면 중의 하나였다.

저마다 사정이 있고 감독이 제3자가 보는 눈보다 정확히 팀을 꾸려가긴 하겠지만 고개를 갸웃둥거리게 한 투수로테이션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아무튼 곰은 독이 오른 와이번스에 속절없이 무너졌고 와이번스는 두산과 치른 세 차례(2007, 2008, 2018년)의 한국 시리즈에서 모두 승리해 ‘두산의 천적’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6차전의 히어로는 누가 뭐래도 한동민이다. 실제 시리즈 MVP가 됐다. 한동민은 플레이오프전 5차전에서 연장 결승 홈런을 때려 팀을 가을야구의 메인무대로 올리더니 이번엔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하는 솔로 홈런를 쏘아 올렸다. 가을 사나이는 한 명 더 있다. 한국시리즈에서만 35게임을 치른 경험이 있는 최정은 이번 한국시리즈 내내 6푼 7리라는 초라한 타율을 보였지만 필요할 때 한 방을 날려 팀 우승의 다리를 놓았다. 그의 홈런이 없었으면 시리즈 우승의 향방은 미세먼지 안개만큼이나 불투명했을 것이다. 이번 한국시리즈의 결과를 보면서 어떤 경영인의 말이 떠 오른다. “정상에 올려놓는 것은 겸손이요, 추락하게 만드는 것은 교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