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갈등 18개월만에 협정 서명
1단계… 중국은 향후 2년간 2천억달러 미국제품 구매 지식재산권 보호·기술이전 강요금지등에 원칙적 합의
미국과 중국이 15일(현지시간) 1단계 무역 합의에 최종 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중국 측 고위급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와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했다.
2018년 7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첫 고율관세 부과로 무역전쟁의 포문을 연 지 약 18개월 만이다. 이번 합의는 사실상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벌이던 미중의 첫 합의이며, 추가적인 확전을 막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글로벌 경제에 드리워졌던 불투명성도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합의문은 총 96쪽 분량으로 지식재산권, 기술이전, 농산물, 금융서비스, 거시정책·외환 투명성, 교역 확대, 이행 강제 메커니즘 등 8개 챕터로 구성됐다. 중국은 농산물을 포함해 미국산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고, 미국은 당초 계획했던 대중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는 한편 기존 관세 가운데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는 것이 골자다.
미국이 제기해온 지식재산권 보호와 기술이전 강요 금지, 환율조작 금지 등에 대한 중국의 약속도 담았다. 중국은 농산물과 공산품, 서비스,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향후 2년간 2017년에 비해 2천억달러(231조7천억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로 구매하기로 했다. 첫해에 767억달러, 두 번째 해에는 1233억달러 어치를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서비스 379억달러, 공산품 777억달러, 농산물 320억달러, 에너지 524억달러 등이다.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계획은 첫해에 125억달러, 두 번째 해에 195억달러 규모다.
미국은 당초 지난해 12월15일부터 부과할 예정이었던 중국산 제품 1600억달러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또 1200억달러 규모의 다른 중국 제품에 부과해온 15%의 관세를 7.5%로 줄이기로 했다. 다만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부과해오던 25%의 관세는 그대로 유지한다.
이번 합의에서 중국은 미국 기업들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와 기업 비밀 절취에 대한 처벌 강화,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은행 증권 보험 등 중국 금융시장 개방 확대,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중단 등을 약속했다.
미국은 1단계 무역합의 서명 이틀 전인 13일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을 해제하고 관찰대상국으로 재분류했다.
이번 합의는 중국이 지식재산권을 위반한 상품에 대한 판매 중단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기업기술 절취범을 형사 처벌하게 되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아울러 중국은 이번 합의 발효 이후 30일 이내에 지식재산권 보호와 관련한 합의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액션 플랜'을 제출하게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중국 당국의 국영기업 등에 대한 보조금 지급 문제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이 합의문에 담을 것을 요구했던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법률개정 문구도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