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회장 '함께' 유난히 강조
신년사서 조현아와 '동행'의지 비쳐…주총 전 우호 지분 단속포석도
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가족 간 갈등을 겪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신년사에서 ‘함께’라는 표현을 6차례 언급하는 등 화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조 회장이 오는 3월 주주총회에 대비해 우호지분 관리가 절실한 상황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가족과 화해를 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와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2일 열린 시무식에서 내놓은 신년사에서 '함께'라는 단어를 6차례 언급했다. '감사'와 '소통'을 강조했던 작년 신년사와 대비된다.
올해 신년사는 조 회장이 지난해 4월 고(故)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그룹 수장에 오른 뒤 발표한 첫 신년 메시지다. 작년에는 당시 미국에서 요양 중이던 선친을 대신해 대한항공 사장 자격으로 신년사를 했다.
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 항공업계를 선도하는 100년 기업 대한항공'이란 푯대를 바라보면서 함께 걸어가자"고 제안했다. 특히 대한항공의 미래를 흰 눈이 쌓여 있는 눈길에 비유하며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그 길을 걷는다면 기쁨과 즐거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눈길이 미끄러워 넘어지는 동료가 있을 때는 서로 일으켜주고 부축해주면서 함께 새 미래를 향해 걸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임직원의 공동체 의식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선 지난해 말 말 수면 위로 드러난 총수 일가의 다툼을 의식한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지난달 23일 조 전 부사장의 공개 비판에 이어 성탄절에 벌어진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의 말다툼까지 알려지며 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는 등 '오너 리스크'가 재차 부각됐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나아가 총수 일가의 그룹 경영권이 달린 주주총회를 앞둔 상황에서 가족 내부의 갈등이 자꾸 불거지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성탄절 소동'이 외부로 공개된 지 이틀 만에 이 고문과 공동 명의 사과문을 내고 사태 진화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 측은 '반기'를 들고 나선 조 전 부사장 측과 갈등 봉합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면 조 전 부사장이 주총에서 조 회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을 조건으로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가 주총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속세 납부 부담을 지고 있는 조 전 부사장 입장에서 복귀를 미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당초 업계 예상대로 고 조양호 회장의 '공동 경영' 유훈에 따라 조 회장이 그룹 총괄과 대한항공을 맡고 조 전 부사장이 복귀해 호텔 부문을 맡는 선에서 갈등을 봉합할 수 있게 된다. 노조의 반대와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에 대한 여론 등이 부담이지만, 이 시나리오가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입장에선 가장 원만한 타협점이 될 것이라는 재계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