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쇄신 인사…호텔롯데 상장에 속도

승진·보임 대표 이상 30명 중24명 1960년대생 임원승진 작년보다 40% 줄이는 등 전열 재정비

2019-12-20     장재열 이코노텔링기자

지난 10월 신동빈 회장의 대법원 확정 판결로 오너 리스크를 벗은 롯데가 대규모 물갈이 인사로 조직을 정비했다. 19일 단행된 롯데그룹 인사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조직 정비와 성과주의에 따른 젊은 인재로의 세대교체로 요약된다.

19일

먼저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핵심 과제인 호텔롯데 상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롯데는 2015년 경영권 분쟁 이후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해왔다.

호텔롯데 상장은 한일관계가 흔들릴 때마다 롯데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일본 기업' 이미지를 뗄 기회이기도 하다. 롯데는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 지분 대부분을 일본 롯데 계열사가 장악한 구조로 '일본 기업' 논란에 휩싸여왔다.

2016년 6월 검찰 수사로 상장이 무산되고 이후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면세사업부 실적이 악화하면서 재추진 기회를 놓치자 롯데는 우선 쇼핑과 식품 계열사를 묶어 지주회사를 먼저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업계는 신동빈 회장이 3년간의 검찰 수사와 재판에 따른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만큼 숙원사업인 호텔롯데 상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본다. 이번 인사에서 호텔·서비스 BU장이었던 송용덕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 황각규 부회장과 함께 롯데지주 공동대표에 선임되고, 그룹 내 재무통인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사장)이 호텔·서비스 BU장에 임명된 것도 이런 차원으로 풀이된다.

송용덕 부회장은 2016년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안 마련에 큰 역할을 했다. 이봉철 사장은 롯데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이끈 인물이다. 앞으로 황각규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 사업 및 글로벌 사업 전략과 재무 등을 담당하고, 송 부회장은 인사와 노무, 경영개선 등 그룹 내부 일을 챙기게 된다.

능력과 성과에 따른 인재 발탁도 눈에 띈다. 이번 인사에서 실적이 좋지 않은 계열사 대표 상당수가 교체됐다. 그 자리는 대부분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성과를 낸 50대 중반 젊은 임원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이번에 승진·보임된 대표이사 이상 임원 30명 가운데 1960년대 이후 출생자가 24명이다.

특히 e커머스 성장의 여파로 위상이 흔들린 유통 계열사 12곳 중 8곳의 대표가 바뀌었다. 이와 달리 실적이 좋은 롯데홈쇼핑은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하고, 전무급인 상품본부장이 백화점 대표로 발탁됐다. 통상 사장급이 맡아온 백화점 대표에 전무급 인사가 선임된 점도 이례적이다.

승진 폭도 크게 줄었다. 이번에 승진한 임원 수는 170명으로 지난해 말 인사보다 40% 정도 적다. 이 가운데 새로 발탁된 임원도 64명으로 지난 인사보다 42% 감소했다.

롯데는 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해온 백화점과 마트, 슈퍼, e커머스, 롭스 사업 부문을 롯데쇼핑 통합법인으로 재편했다. 이는 보다 효과적인 성장 전략을 수립해 그룹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인 롯데쇼핑의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