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대신 닭…' 제주항공, 이스타인수
아시아나 인수 불발했지만 저가항공시장 선두지위 강화
아시아나항공 인수 경쟁에서 밀렸던 제주항공이 경영난을 겪는 이스타항공을 전격 인수하기로 했다. 제주항공은 18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 계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이스타항공의 경영권 인수를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양해각서에 따라 제주항공은 오는 31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인수 주식은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천주(이스타홀딩스 365만6천주 포함), 지분비율은 51.17%다. 예정금액은 695억원이며, 제주항공은 이행보증금으로 115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올 3분기 기준 3천억원 이상의 단기 금융자산을 포함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해 내년 1월9일까지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는 항공사간 결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점유율을 확대해 시장 주도권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앞서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도 참여했으나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에 밀린 적이 있다.
이번에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먼저 제안했으며, 실적 악화로 고전하던 이스타항공이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일본여행 기피와 국제유가 급등의 여파로 경영이 어려워지며 9월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여객점유율을 확대하고 LCC 사업모델의 운영 효율을 극대화해 LCC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보잉737 45대를, 이스타항공은 보잉737 23대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양사의 기단을 합하면 68대로 대한항공(183대)와 아시아나항공(86대)에 이어 항공업계 3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제주항공은 단일 기종을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회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이스타항공 인수 이후 그동안 경쟁적으로 늘려왔던 인기 노선과 비인기 노선 간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공항 슬롯과 인력, 장비, 부품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인수 이후 양사의 합병 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1대 주주 제주항공과 2대 주주 이스타홀딩스의 공동경영 체제로 전환된다.
이스타홀딩스는 전환사채 200만주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제주항공에 이어 2대 주주가 된다.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는 "국내외 항공시장의 경쟁력 강화와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양사가 뜻을 같이 했다"며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의 2대 주주로서 최대주주인 제주항공과 공동경영 체제로 항공산업 발전과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