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데이터경제학 ①빛바랜 '4인가구'정책
文대통령은 1인가구 대책 주문… 여태껏 주무 경제장관들 팔짱 2005년에 이미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가 '나홀로 집'… 흐름 간과 틀에 밖힌 주택ㆍ복지ㆍ고용정책서 대전환해 맞춤형 대책 시급
데이터가 최대 화두다. 주요 경쟁국들이 달려가는 4차 산업혁명도 데이터를 활용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다른 산업과 융합해야 가능하다.데이터가 ‘미래산업의 원유’로 불리는 이유다. ‘IT(정보기술) 시대’가 저물고 ‘DT(데이터 기술) 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정부는 ‘데이터 강국’ ‘인공지능(AI) 정부’를 선언했다. ‘인터넷을 잘 다루는 나라’에서 ‘데이터를 가장 잘 다루는 나라’가 되자며. 우리가 해낼수 있을까? ‘데이터 경제학’ 시리즈를 통해 점검한다.<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이 12월 13일 “1인 가구를 위한 정책 종합패키지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로부터 ‘2020년 경제정책 방향’의 주요 내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다. 1인 가구 비중 급증 추세 등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정부 정책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로 주거정책·사회복지정책 등 기존 4인 가구 기준이었던 정책 변화가 필요한 게 아닌가”라고 꽤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대통령의 지적은 백 번 옳다. 특히 1인 가구에 빈곤층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맞춤형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통계청이 같은 날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9'를 보면 1인 가구의 35.9%는 월 200만원 미만 소득자로 나타났다.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非婚)족이 늘어나는 등 삶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4인 가구’라는 기존 틀에 갇혀 있어선 안 된다는 대통령의 생각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우리는 커다란 의문을 품게 된다. 인구구조 변화 등 사회경제적 문제 외에 정치, 외교안보 등 숱한 국정 현안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을 대통령도 인식하는 문제를 왜 경제부총리와 주거정책, 사회복지정책 담당 부처 장관들은 깨닫지 못했을까.
사실 1인 가구의 급증 추세는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5년 11월 1일 기준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 결과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5년 전 2000년 인구센서스 때 222만4000가구(전체 가구의 15.5%)였던 1인 가구가 2005년 센서스 결과 317만1000가구(20.0%)로 급증했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3인 가구(20.9%), 2인 가구(22.2%)와 거의 맞먹었다.
5년 뒤 2010년 인구센서스에선 414만2000가구(23.9%)로 급증하며 3인 가구(21.3%), 4인 가구(22.5%)보다 많아졌다. 2005년 센서스 때까지만 해도 부부와 자녀가 함께 사는 4인 가구(27.0%)가 가장 흔한 형태였는데, 2010년 센서스에선 2인 가구(24.3%)가 가장 많았다. 2인 가구와 1인 가구를 합치면 48.2%로 절반에 육박했다.
2010년 11월 1일 기준 센서스 결과(가구주택 부문)가 발표된 이튿날, 2011년 7월 8일 당시 아시아경제 논설실장으로 있던 필자가 ‘2인가구 시대, 국민주택 규모 줄이자’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써 신문에 게재됐다. 1ㆍ2인 가구가 절반이라는 사실은 그동안 전통적 가구 형태인 4인 가구에 맞춰 집행해온 국민주택 규모(85㎡ ․ 분양면적 기준 25.7평) 축소 등 정책의 틀 변화가 필요하다는 방증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2인 가구에 국민주택 규모 85㎡는 살기 버거운 구조’라며 ‘1ㆍ2인 가구가 살기 적합한 주택규모는 전용면적 60㎡ 이하(약 18평)’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2011년 당시 시장은 이미 가구원 수 변화를 반영하고 있었다. 신규 주택 분양과 기존 주택 매매 모두 중대형보다 소형이 활발했다. 수도권 지역의 전ㆍ월세 파동도 소형에서 심각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의견이 별로 주목받지 못한 채 세월이 흘렀다. 다시 5년 뒤 2015년 센서스에선 1인 가구가 520만3000가구로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로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2000년까진 ‘4인 가구-3인 가구-2인 가구-1인 가구’의 순서로 많던 것이 2005년 ‘4인 가구-2인 가구-3인 가구-1인 가구’의 순서로 변화했다.
2010년 2인 가구가 가장 많아지고, 이어 ‘1인 가구-4인 가구-3인 가구’의 순서였던 것이 2015년에는 ‘1인 가구(27.2%)-2인 가구(26.1%)-3인 가구(21.5%)-4인 가구(18.8%)’의 순서로 대전환했다. 급기야 1 ․ 2인 가구 비중이 53.3%로 절반을 넘어섰다.
세계 최악의 저출산 고령화로 대변되는 인구구조나 가구 형태는 하루아침에 변화하지 않는다. 중 ․ 장기적인 추세적 흐름을 보인다. 가구 형태의 경우 2005년까진 4인 가구가 대세였다. 그것이 2010년 2인 가구로 바뀌더니만, 2015년 조사에선 1인 가구가 가장 많아졌다.
2017년 기준 1인 가구는 561만9000가구로 추정된다. 2000~2017년 사이 17년 동안 늘어난 가구 수의 63.3%가 1인 가구다. 갈수록 결혼이 늦어지는데다 결혼을 거부하는 비혼족이 늘어나고, 이혼하거나 사별하고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 증가한 결과다. 게다가 이들 1인 가구 중 상당수는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빈곤층이다.
이런 인구구조 및 가구형태 변화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예방하거나 최소화하는 선제적인 정책 마련에 활용하기 위해 국가가 하는 일이 5년 주기 인구주택총조사다.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화두이자 과제로 등장한 빅데이터(활용)의 기본이다. 국가정책의 근거 자료 생산기지인 통계청에서 공급하는 핵심 통계 데이터다. 그러나 1000억원도 넘는 국민 세금(2015년 조사비용 1257억원)을 들여 조사해 놓고선 정부부처 등 국가기관들이 과거 센서스 결과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
2015년 센서스를 바탕으로 통계청이 18일 내놓은 ‘시도별 장래가구 특별추계(2017~2047년)’를 보면 9년 뒤 2028년에는 전국 모든 시·도에서 1인 가구가 대세가 된다. 2047년에는 1인 가구 중 65세 이상 비중이 48.7%에 이를 전망이다.
진즉 ‘1인 가구 맞춤정책’을 펴야 했다. 1인 가구 정책 수립에는 고령층의 빈곤을 차단하는 한편 젊은 층의 1인 가구 편입을 늦추는 ‘투 트랙’ 전략이 요구된다. 건강수명 확대로 늘어나는 고령층의 빈곤을 막기 위해선 노령수당 지급 등 사회보장 대책이 긴요하다. 이와 달리 만혼과 비혼 인구 증가, 저출산에서 비롯되는 젊은층 1인 가구 대책으로는 안정된 일자리와 보다 싼 주택을 공급해 결혼을 장려하고, 출산과 자녀양육 부담을 완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4인 가구 중심으로 짜인 인구 ․ 주택 정책과 복지 ․ 고용 ․ 조세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마땅하다. 과거 4인 가족에 맞춰 정한 국민주택 보급기준 85㎡(약 25평)를 60㎡(약 18평) 이하로 낮추는 것이 합리적이다. 3~4인 가구에 초점이 맞춰진 주택청약 제도 또한 손봐야 한다. 1 ․ 2인 가구에 적합한 소형 공공 임대주택 건설을 대폭 늘려야 한다.
취업준비생이나 독거노인이 거주하는 원룸과 쪽방촌의 환경 개선도 시급하다. 혼자 사는 여성들의 치안 불안, 고령층의 고독사 등에 대한 대처도 필수다. 우리 사회에서 1인 가구가 고립되고, 양극화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지역 맞춤형 정책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