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의 배트는 짧았고 눈빛은 간절했다.
큰 경기에는 영웅이 탄생한다. 어제 한국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의 히어로는 단연 최주환이다. 하지만 이런 영웅이 나올때까지 ‘경기 분위기’를 만드는 선수가 있다. 또 몸을 날려 혼신의 수비를 하는 선수 등 보이지 않은 활약상이 적잖다.
[이코노텔링]은 어제 정수빈 선수의 자세에 주목했다. 1차전에서 3안타의 맹타를 때렸던 그는 비록 팀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공격의 물꼬를 텄었다. 두산의 선봉장으론 손색이 없었다.
잠실야구장. 2차전 3회말 원아웃 1,3루 찬스에서 정수빈이 타석에 들어섰다. 0대0으로 팽팽한 투수전을 이어가는 분위기여서 두산 입장에선 선취점이 절실 할 때였다. 누구나 플레이오프에서 혈전을 치르고 나온 SK를 1차전에서 손쉽게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SK는 경기력이 올라와 있었고 두산은 한 달 가까이 쉬는 바람에 경기 감각이 무뎌있었다.
정수빈은 그런 두산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눈빛이 간절했다. 배트도 예전보다 더 짧게 잡은 것 같았다. 짧더라도 정타를 쳐 타점을 올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가 배트를 휘드르자 공은 세컨 쪽으로 강하고 낮게 날아갔다. 안타는 안 됐지만 타구가 셌기 때문애 수비가 움찔거렸다. 이 덕에 3루 주자는 홈인해 득점을 올렸고 SK는 세컨드로 뛰는 주자 한 명을 잡는데 만족했다. ‘무안타 타점’이지만 ‘가을 잠’을 자던 곰을 깨우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이후 곰의 공격 본성이 드러났다. 김재환,오재일,양의지의 매서운 방망이가 돌아갔고 SK마운드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두산은 김강민이 혼자서 3타점을 올린 SK를 7-3으로 누르고 한국시리즈의 전적을 원점으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