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 엮은 인류경제사] (52) 흉보며 따라하는 옷차림
'두쫀쿠' 처럼 화제가 된 대상을 따라 소비하는 흐름을 ' 디토 (Ditto) 소비 '라 불러 주목받은 선택에 올라타 실패 피하려는 심리 … "몇 시간 줄 섰다" 등 SNS로 확산 사회적 물의 빚은 인물의 옷차림이나 소지품을 사는 '블레임 룩' 패션 현상도 눈길
세상이 숨 가쁘게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약진뿐만 아니라 소비 행태도 상식을 벗어난 지 오래다. 소문난 맛집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이 낯설지 않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사람들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라는 질문을 접어두고 묵묵히 순서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자기 차례 직전에 품절 소식을 듣고 발길을 돌리는 일도 드물지 않다.
최근 디저트 트렌드의 중심에 선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는 이런 풍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찬바람을 맞으며 40분 넘게 기다려도 살 수 있는 것은 작은 쿠키 두 개뿐이다. 다른 상품을 함께 구매해야 한다는 조건까지 붙지만 인기는 식지 않는다. 급기야 국밥집이나 초밥집 같은 전혀 다른 업종에서도 마케팅 상품으로 두쫀쿠를 내놓고 있다. 헌혈의 집에서 두쫀쿠를 사은품으로 제공해 효과를 보았다고 할 정도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과연 얼마나 맛있기에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 사실 두쫀쿠의 인기는 단순히 미각의 문제가 아니다. 두쫀쿠는 2025년 하반기 한국에서 만들어졌고, 정작 두바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출신지가 아니라 반으로 가를 때 꽉 찬 단면이 보여주는 시각적 효과와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희소성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쫀쿠를 놓고 "맛은 평범했다"는 후기가 적지 않음에도 유행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맛의 만족보다 '먹어봤다'는 경험 자체가 소비의 목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경제·소비 심리학에서는 이를 '작은 사치' 혹은 '립스틱 효과'로 설명한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내 집 마련이나 승진 같은 거대한 목표 대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작은 소비에서 위안을 찾는다. 두쫀쿠는 비싼 디저트라기보다, 고단한 하루 끝에 스스로를 대접했다는 감각을 구매하는 대상에 가깝다. 여기에 쫀득하고 쫄깃한 식감을 선호하는 한국적인 취향, 그리고 "몇 시간 줄 섰다", "구매에 실패했다"는 경험담이 SNS를 통해 확산되며 유행은 더욱 확산됐다.
이처럼 이미 화제가 된 대상을 따라 소비하는 흐름을 '디토(Ditto) 소비'라고 부른다. Ditto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나도 같다'라는 뜻이다. 인플루언서나 유명인이 선택한 것을 그대로 모방하는 방식이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이미 주목받은 선택에 올라타 실패를 피하려는 심리다.
이 심리는 디저트에만 머물지 않는다. 패션 영역에서는 '블레임 룩'(Blame Look)' 형태로 나타난다. 블레임 룩은 비난한다는 의미의 'Blame'과 옷·액세서리 등 총체적인 모습을 뜻하는 'Look'이 합쳐진 신조어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인물의 옷차림이나 소지품이 갑자기 주목받고 소비되는 현상이다. 최근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당시 그가 입고 있던 나이키 트레이닝복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치적 사건의 복잡한 맥락보다 한 장의 이미지가 먼저 소비됐다.
디토 소비와 블레임 룩은 전혀 다른 현상처럼 보이지만 구조는 닮아 있다. 둘 다 '이미 사회적 주목을 받은 대상'을 따라 소비하며, 판단의 부담을 외부로 넘긴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나는 동경의 방식으로, 다른 하나는 비난과 조롱의 감정을 덧입힌 방식일 뿐이다.
디토 소비와 블레임 룩이 이처럼 강하게 나타나는 배경에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도 있다. 알고리즘은 자극적인 이미지와 이미 검증된 화제만을 반복적으로 노출시키고, 소비자는 그 안에서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빠르게 반응하는 데 익숙하다. 그 결과 취향은 점점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공유되기 쉬운 형태로 소비된다.
과거의 미디어는 편집자가 고른 것을 모두가 같이 봤다면 지금의 미디어 환경은 알고리즘이 고른 것을 각자 다르게 보게 한다. 이때의 알고리즘은 취향을 이해한다기보다 반응이 잘 나오는 패턴을 반복 노출한다. 그래서 유행을 따라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노출된 것 중에서 고르는 것에 가깝다.
결론적으로 알고리즘은 취향을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확률이 높은 선택지만 계속 보여줄 뿐이다. 따라서 요즘 유행은 사람들 사이에서 생기기보다 화면 안에서 먼저 완성된다.
물론 모든 블레임 룩이 인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순실씨 출석 당시 화제가 된 고가 브랜드 신발은 관심을 받았지만 매출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이처럼 블레임 소비는 언제든 인기를 조롱으로 바꾸는 불안정한 양면성을 지닌다. 그럼에도 업계는 이런 관심을 패러디나 마케팅으로 활용하려 하고, 이에 대한 윤리적 비판도 감수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과정에서 소비자가 스스로를 '따라 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흉보면서도 따라 하고, 비난하면서도 소비한다. 디토 소비와 블레임 룩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을 갈망'하는 시대의 풍경이다. 우리는 물건을 사는 것 같지만, 실은 화제와 서사, 그리고 불안한 시대가 만들어낸 안도감을 함께 소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