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트렌드 트레킹] (162) 디지털은 차가울까요

아날로그는 따뜻한 추억의 대상으로 느껴지지만 획일적인 생산현장 보면 그렇지 않아 AI가 우울증 환자 24시간 상담하고, 외로운 노인의 대화 상대가 되는 등 정서공감 눈길 디지털의 온도는 고정되지 않아…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져

2026-01-23     김용태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디지털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대부분 차가운 느낌을 떠올립니다. 금속성 얼굴의 로봇, 복잡하게 얽힌 네트워크 선, 0과 1로 이루어진 냉정한 코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디지털을 차갑다고 규정합니다.

반면 아날로그는 따뜻한 추억의 대상으로 느껴집니다. 빈티지 카메라, 턴테이블 위의 LP판, 손으로 쓴 편지... 이런 것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따뜻해지죠.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를 생각해 보세요.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노동자들, 획일화된 관료 시스템, 규격에 맞춰 찍어내는 대량생산의 표준화. 이것들도 엄연히 아날로그 시대의 산물인데 전혀 따뜻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따뜻함은 아날로그 자체의 속성이 아닙니다. 과거에 대한 개인적 그리움, 즉 향수를 기술의 속성과 혼동하는 데서 오는 착시현상일 수 있습니다. 젊은 시절의 추억이 LP판에 담겨 있을 뿐, LP판 자체가 본질적으로 따뜻한 건 아니란 얘기죠.

과거 미국 바비인형이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백인 인형만 보고 자란 아이들은 "백인 여성이 인형처럼 예쁘다"는 선입견에 빠지게 됩니다.

반복적으로 노출된 이미지가 미의 기준을 왜곡한 거죠. 결국 비판을 받고 나서야 다양한 인종의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은 차갑고 아날로그는 따뜻하다는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복적으로 보아온 이미지가 만든 선입견,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든 프레임일 수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고정관념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데 심각한 방해요인이 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는 어떨까요? ChatGPT와 깊이 대화해본 사람들은 말합니다. "생각보다 따뜻하더라." AI가 우울증 환자를 24시간 상담하고, 외로운 노인의 대화 상대가 되고, 학습장애 학생의 맞춤형 교사가 되는 사례들이 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AI는 치매 노인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고, 의료 AI는 의사가 놓친 질병을 발견해 생명을 구합니다. 디지털이 차갑다고요? 오히려 아날로그 시대의 획일적 의료 시스템보다 더 세심하고 따뜻한 돌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디지털의 온도는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감시와 통제의 도구로 쓰면 차갑지만, 돌봄과 연결의 수단으로 쓰면 따뜻해집니다.

따뜻한 동반자로서 AI와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선입견의 프레임을 벗어던지고, 디지털 기술에 우리의 온기를 불어넣는 것. 그것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진짜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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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김용태(김용태 마케팅연구소 대표)= 방송과 온라인 그리고 기업 현장에서 마케팅과 경영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강의와 컨설팅으로 이름을 알렸다. "김용태의 마케팅 이야기"(한국경제TV), "김용태의 컨버전스 특강" 칼럼연재(경영시사지 이코노미스트) 등이 있고 서울산업대와 남서울대에서 겸임교수를 했다. 특히 온라인 강의는 경영 분석 사례와 세계 경영 변화 흐름 등을 주로 다뤄 국내 경영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요 강의 내용을 보면 "루이비통 이야기 – 사치가 아니라 가치를 팔라", "마윈의 역설 – 알리바바의 물구나무 경영이야기", "4차산업혁명과 공유 경제의 미래", "손정의가 선택한 4차산업혁명의 미래", "블록체인과 4차산업혁명" 등이다.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트로이의 목마를 불태워라", "마케팅은 마술이다", "부모여, 미래로 이동하라", "변화에서 길을 찾다", "마케팅 컨버전스", "웹3.0 메타버스", 메타버스에 서울대는 없다(이북), 메타버스와 세 개의 역린(이북) 등을 펴냈다. 서울대 인문대 졸업 후 서울대서 경영학 석사(마케팅 전공)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