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81) 회사 호의가 '직원의 권리' 될 때

특정 성과 달성한 직원에게 높은 성과급을 지급하면,처음에는 '호의' 또는 '보상'으로 인식 지급 반복되면 직원들 '권리' 받아들여…명절 떡값 경영 악화로 안주면 '임금체불'로 비화 직원 사기를 위해 시작한 결정이 오히려 '경영의 족쇄'가 되는 경우 없도록 신중한 판단를

2026-01-26     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사람들 사이에서 종종 이런 말을 한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가 된다."

처음에는 감사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는 마치 그것이 당연한 자신의 몫인 것처럼 행동한다는 의미다.

개인 관계에서는 씁쓸한 경험담으로 끝날 수 있지만, 회사와 직원의 관계에서는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회사가 선의로 베푼 호의가 어느 순간부터는 직원 관리의 부담이자 법적 리스크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직원의 심리적 변화, 다른 하나는 노동법적 문제의 발생이다.

첫째, 심리적 측면이다.

회사가 직원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베푸는 작은 배려들은 처음에는 분명 효과가 있다. 고맙다는 말이 나오고, 조직 분위기가 잠시 살아난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는 빠르게 적응한다. 한 번 받았던 배려는 기억에서 지워지고, 받지 못했을 때의 결핍만 남는다.

미국의 한 중소기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무더운 여름, 사장은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점심시간마다 아이스크림을 돌렸다. 처음 며칠은 직원들이 즐거워했고, 사무실 분위기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러나 그 행동이 반복되자 반응은 달라졌다. 아이스크림이 없는 날에는 "오늘은 왜 안 주느냐"는 말이 나왔고, 나중에는 아이스크림이 나와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호의는 더 이상 사기를 높이지 않았고, 오히려 제공하지 않았을 때 불만의 원인이 되었다.

호의가 직원의 동기부여가 아니라 오히려 부담이 된 사례이다.

이런 현상은 제도 영역으로 넘어오면 더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성과급 제도를 보자. 회사가 특정 성과를 달성한 직원에게 높은 성과급을 지급하면, 처음에는 '호의' 또는 '보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그 지급이 반복되면 직원의 인식은 바뀐다. "내가 이 정도 성과를 냈으니, 이 정도 보상을 받는 건 당연하다." 즉, 성과급은 더 이상 동기부여 수단이 아니라, 직원 입장에서는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 가 된다.

회사가 경영 사정이나 전략 변화로 성과급 규모를 조정하려는 순간, 직원 입장에서는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느끼게 되며 이런 심리 상태는 곧 법률 문제로 비화된다.

둘째, 노동법적 문제의 발생이다. 노동법은 회사의 '의도'보다 '운영의 반복성과 관행'을 본다.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일정한 기준과 시기를 두고 계속 지급된 금품은 근로의 대가로 해석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명절 상여금이나 이른바 '떡값'이다. 사장이 호의로, 즉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 지급의무가 없음에도 추석과 설에 일정 금액을 지급했다면 처음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지급이 수년간 반복되면, 노동법적으로는 임금으로 인정될 수가 있다. 그 순간부터 회사의 호의는 직원의 권리가 된다. 이후 경영 악화로 지급을 중단하면, 단순한 복지 축소가 아니라 임금 체불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시간외수당도 마찬가지다. 법정 기준은 통상임금의 50% 가산이지만, 회사가 "직원들 고생하니까"라는 이유로 그 이상을 계속 지급해 왔다면, 그 역시 관행이 된다. 나중에 법정 기준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미 형성된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더 위험한 경우는 단발적이라고 생각했던 조치들이다.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 아무런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회사 게시판에 "오늘부터 병가 제도를 운영한다", "입원 치료 시 회사가 지원한다"는 공지를 올리는 경우가 있다.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선의의 배려다. 그러나 이 역시 공지되는 순간 근로조건으로 해석될 수 있다. 나중에 이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려면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으로 바뀐다.

결국 회사가 베푼 호의는 시간이 지나며 두 번 회사로 돌아온다.

한 번은 직원의 기대 수준을 높이는 방식으로, 또 한 번은 법적 의무로.

그렇다고 해서 직원에게 호의를 베풀지 말아야 할까? 답은 단순하지 않다. 사기 진작과 조직관리는 분명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호의의 지속성, 제도화 여부, 그리고 되돌릴 수 있는 장치를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채 시작한다는 데 있다. 직원의 사기를 위해 시작한 결정이 오히려 경영의 족쇄가 되는 경우를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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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