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60) 숯장수와 세탁소 주인의 계산이 다른 이유

세탁소 주인은 숯가게 근처로 이사를 가면 전보다 장사가 훨씬 잘 되리라고 생각 정작 숯장수의 합병 제안은 거절 … "옷 깨끗하게 해도 숯이 묻으면 지저분 해져" 경제에서 정상적인 거래활동을 통하지 않고 이익을 얻는 것을 '외부경제'라 불려 교육, 연구개발 등 정책과 제도 만들어 외부경제를 촉진하는게 정부의 핵심 역할

2025-12-30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한 마을에 숯장수가 살고 있었습니다.그는 커다란 나무를 잘라 숯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았습니다. 어느날 숯장수의 상점 근처에 세탁소를 운영하는 사람이 이사를 왔습니다. 숯장수는 새로운 이웃에게 인사를 하려고 세탁소로 달려갔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근처에서 숯을 파는 사람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는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러운 옷을 깨끗하게 빨아주는 일을 하죠."

두 사람은 바쁘지 않은 날이면 함께 식사를 하거나 산책을 해 친구가 되었습니다.

"세탁하는 일이 힘들지 않나?"

"힘들지. 자네도 숯을 구워 파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서로 격려하면서 사이좋게 지내던 어느 날 숯장수는 세탁소를 찾아갔습니다.

"자네와 나는 무척 친한 사이가 아닌가? 그런데 자네의 세탁소도 그렇고 내가 운영하는 상점도 여러 가지로 비용이 많이 드네. 그래서 말인데 자네의 세탁소와 내 숯가게를 합치는 것이 어떨까?"

숯장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세탁소 주인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습니다.

"자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네! 아무리 우리가 친해도 그렇게 할 수 없네."

숯장수는 세탁소 주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왜 그러나? 나는 자네가 기뻐할 줄 알았는데. 자네가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네."

"자네도 한번 생각해 보게. 내가 옷을 깨끗하게 만들어 놓아도 자네의 숯이 조금이라도 묻으면 당장 지저분해질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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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혜자만 있고 보상이 없는 '외부경제'=세탁소 주인은 숯가게 근처로 이사를 가면 전보다 장사가 훨씬 잘되리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옷에 숯을 묻힌 사람들을 별다른 노력없이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으니까 얼마나 좋았겠어요.

경제에서 정상적인 거래활동을 통하지 않고 이익을 얻는 것을 '외부경제'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이나 기업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행동의 결과가 다른 경제주체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경우입니다.

이때 발생하는 이익은 가격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 메커니즘만으로는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거나 보상하기 어렵습니다. 위 우화에서 세탁소 주인은 숯장수라는 외부경제 효과를 누리지만 정작 숯장수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외부경제는 실생활에서 자주 나타납니다. 가령 꿀벌을 치는 양봉업자가 과수원 주변에 산다면 과일나무의 수정이 잘 돼 더 많은 과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양봉업자의 입장에서 과수원의 꽃들 덕에 벌들의 꿀 채집 활동이 왕성해지고, 꿀 수확도 늘어나 이득을 봅니다.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길거리에 캐롤 송이 울려퍼집니다. 사람들은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신나는 캐롤송을 듣게 됩니다. 이 역시 외부경제가 나타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다른 사람의 행동으로 불쾌감이나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탓에 고통을 느끼는 사람도 많습니다. 외부경제가 좋은 영향을 말하는 것이라면 담배연기 같이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을 '외부비경제'라고 합니다. 만약 물고기를 양식하는 어느 마을에 공장이 들어서 폐수를 흘려보낸다고 합시다. 이 마을의 공장폐수가 외부비경제를 일으키는 것이죠.

외부경제의 전형적인 예는 교육입니다. 개인이 교육을 받으면 더 나은 소득과 직업을 얻을 수 있지만, 동시에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범죄율이 감소하며 민주적 의사결정도 잘 이루어집니다. 이런 사회적 편익은 교육을 받은 개인이 모두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개인의 교육투자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보다 적어지는 경향이 이 때문이라고 해요. 외부경제가 존재하면 사회적으로 효율적인 수준보다 낮은 생산과 소비량에서 형성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외부경제는 정부나 사회가 정책적 장치를 사용해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재원은 물론 국민의 세금이고요. 기업이나 가계는 직접적인 이득만을 얻으려 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 외부비경제도 그냥 두면 피해자기기 때문에 정부가 단속의 칼을 빼듭니다.

◇정부가 외부경제 활용에 직접 나서는 이유=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정부의 보조금과 공공투자입니다. 교육, 기초과학 연구, 백신 개발, 친환경기술과 같은 분야는 외부경제가 크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민간 활동을 장려합니다. 예를 들어 국가가 대학 등록금을 보조하거나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은 개인이나 기업의 투자 부족을 메우고 사회 전체의 후생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또 다른 외부경제 활용 사례는 산업 클러스터 정책입니다. 실리콘 밸리, 판교 테크노밸리, 독일의 자동차 산업벨트처럼 특정 산업을 한 지역에 집중시키면 기업 간 지식이전과 혁신속도가 빨라집니다. 개별 기업은 자신의 연구결과만을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주변 기업과 인력에게까지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확산됩니다. 외부경제가 공간적으로 극대화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경과 관련한 외부경제 활용도 중요합니다. 도시 녹지 조성이나 친환경 교통수단 확충은 이용자 개인의 편익을 넘어 대기질 개선, 건강증진, 도시 이미지 향상이라는 사회적 부수이익을 얻습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대중교통 인프라투자, 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합니다.

결론적으로 외부경제는 개인이나 기업활동이 사회 전체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시장 기능에만 맡겨서는 충분히 공급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외부경제를 촉진하는 게 정부의 핵심 역할입니다. 교육, 연구개발, 환경, 산업 진흥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외부경제를 전략적으로 사용할 때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이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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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