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ADR상장'① 자사주 변신은 '무죄'?

'반도체 슈퍼사이클' 맞아 증권가에선 '밸류업 방안'의 하나로 자사주의 활용안 거론 눈길 괄목 할 만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론에 비해 '상대적 저평가'를 받고 있는 점에 방점 메모리업체의 가치평가 기준도 달라져… SK"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 검토 중" 원칙론으로 보면 '3차상법 개정'전 그 취지를 훼손 하려 한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는 상황

2025-12-29     이코노텔링 이경형 부국장
사진=SK하이닉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지난 달 11일 메리츠증권 김선우, 우서현 애널은 '재평가 여정 : Good to Great(1/2)' 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SK하이닉스의 적정 주가(Fair Value)를 기존 67만원에서 91만원으로 36% 상향 제시했다.

두 애널은 ▲전통적 주주친화 정책(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에 더해 보유자산의 효율적 활용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드라이브 예상 ▲'정보기술'에서 '지능기술'로 변화하는 New IT(Intelligence Technology)시대를 맞아 메모리업체들이 단순 커머디티(commodity) 공급사가 아닌 AI반도체 설계자로 평가절상 되며 통념적, 관성적 밸류에이션 한계 탈피를 점쳤다.

그러면서 '영업이익 10% 임직원 보너스' 정책이 성과 보상 및 동기부여 측면에선 긍정적이나, 주주입장에선 급격한 비용증가로 비춰져 주주 몫 환원 강화 요구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요구는 2026년3월 정기주주총회 등을 통해 크게 분출할 가능성이 큰 만큼 회사로썬 '준비된 전략' 하나가 필요해지고 있다는 전망도 곁들였다. 

이에 더해 이 보고서는 SK하이닉스와의 가치평가 비교 대상 기업을 꼭 찍어 거론하면서 밸류업 방안도 구체적으로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비교대상은 미국의 마이크론이다. 요지는 이렇다.

미국의 마이크론은 모든 면(제품 포트폴리오ㆍ이익사이클ㆍ주가 방향성 등)에서 SK하이닉스의 완벽한 글로벌 피어다. 최근 2~3년의 압도적 영업성과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의 장기 상대적 저평가 국면이 여전히 해소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 강화 방안을 저평가 해소의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구체적으로 기존 보유 자사주(2.4%, 1,740만7,800주)에 더해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후, 이를 바탕으로 ADR(미국주식예탁증서 : 미국 은행(예탁 기관)이 해외 기업의 주식을 보관하고, 그 주식을 근거로 발행하여 미국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한 증서) 발행을 통한 미국증시 상장이라는 적극적 밸류에이션 개선 의지의 실행을 제안하는 내용이다.

만일 SK하이닉스의 ADR발행 등 적극적 주주환원이 현실화할 경우, 적극적 투자자들의 롱숏전략(상승 예상 자산을 매수, 하락 예상 자산을 매도(공매도)하는 전략), 나스닥 및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추종 펀드들의 수급 유입 속에서 주가 상승이 가파를 것으로 전망했다.

 '재평가 여정 1단계'로 2026년 예상 PBR(주가순자산비율) 4.0배를 적용하여 적정 주가 91만원을 제시한다고 했다. 또 향후 2026년 중 '재평가 여정 2단계' 과정에서 '중장기 메모리 확정 계약, 빅테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등 영업 가치 상승여력의 추가 반영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와 같은 예측의 실현여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3차 상법 개정을 목전(?)에 두고 밸류업을 목적으로 자사주 소각이 아닌, 자사주를 활용하여 ADR을 발행해 미국증시에 상장하는 안을 적정주가 산정의 중심축에 가져다 놓은 발상에 누구든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편으론 뭔가 작업의 느낌이 없지 않았다는 생각도 할 법하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또한 이런 주장은 논쟁적 이슈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해당 리포트의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하는 이유다. 여기서 잠깐 재미있는 현상 하나를 살펴보자. 다름 아니라 최근 들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가치 평가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반도체산업이 '선증설 후수주'의 대표적 경기민감(시클리컬) 업종이었기에 호황기와 불황기의 실적차가 커서 PER(주가수익비율)보다는 PBR을 기준으로 적정주가를 산정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즉 반도체 주가는 실적과 반대로 간다는 생각이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선 통념이었고 실적 피크 훨씬 전부터 주가는 꺾이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PER 중심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철지난 얘기로 치부되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메모리산업의 실적변동성이 낮아지고, 장기 성장성이 부각되며, 거시경제 상황을 능가하는 실적 흐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선수주 후증설' 구조로 변화할 것이라는 견해가 일정한 세를 형성하면서 일부 증권사들이 밸류에이션 방법론을 PER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SK증권의 한동희 애널은 2026년 영업이익 전망치 76조원을 근거로 PER 11배를 적용하여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기존 48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올려 제시했고, 교보증권과 모건스탠리도 PER 등을 근거로 각각 90만원, 최고 85만원을 제시했다.

작금의 현실이 과거의 경기 순환적 논리 적용이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하나 반도체산업 업황이 앞으로도 부침 없이 꾸준히 활황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의 전환이 너무 일러보인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실 이런 밝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예측대로 될 것인지는 누구도 알수 없기에, 과거 고점 사례에 비추어 볼 때 메모리 업체의 주가 과열에 대한 우려는 없을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대 격변 와중에 SK하이닉스가 자사주로 ADR을 발행해 미국 증시에 상장할 것이라는 설이 지난 12월8일과 9일 사이에 시장에 널리 퍼졌고, 회사 측은 12월10일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요구에 대한 답변으로 "당사는 자기주식을 활용한 美증시 상장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습니다.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습니다"라고 공시했다 .

'그렇게 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라는게 대체적인 시장 반응이다. 메리츠증권 김선우, 우서현 애널의 보고서를 통한 제안이 불과 한 달 만에 수면 위로 올라온 셈이다. 회사 측에서도 그 이전부터 자사주 이슈에 대비해 이런 방향으로 검토를 하고 있었음이 확인되고 있기도 하다.

현실을 고려하면  납득 못할일도 아니나 대의(원칙론)에 입각해 따져본다면 3차 상법개정이 이뤄지기도 전에 그 개정튀지를 훼손하려한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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