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연재] 정주영 히스토리 (93) 언론에 호감
고된 농사 일을 마치고 이장댁서 빌린 신문의 소설 '흙' 읽으며 변호사 꿈 키워 정 회장의 청운동 집에는"도전에 대해 분투항거하게 해달라"는 맥아더 기도문 어느 인터뷰에서 " 내가 장사꾼이 되지 않았으면 문필가가 됐을 것 "이라 언급
정주영 회장은 언론과 기자에 대해 기본적으로 좋게 생각했다. 그 바탕에는 어렸을 때 고향에서 동아일보를 보면서 꿈을 갖게 됐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웠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강원도 통천 시골에서 다른 세상에 대한 소식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경성에서 만드는 동아일보였다. 농사꾼 정주영에게 신문은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스타 게이트'였다.
정 회장은 고된 농사일을 마치자마자 이장 집까지 한달음에 달려갔다. 오늘은 어떤 소식이, 어떤 글이 기다리고 있을까 흥분했다고 한다. 이장 딸이 건네주는 신문을 받으면 가장 먼저 연재소설을 읽었다고 했다. 이광수의 소설 『흙』을 보면서 처음에는 허구가 아니라 실제 벌어지는 내용인 줄 알았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래서 자신도 변호사의 꿈을 키웠다고 했다.
그때도 문화면은 꼼꼼하게 다 읽었다. 정 회장의 글솜씨나 문화에 대한 식견,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모두 이때부터 시작된 거로 보인다.
정 회장의 청운동 집 응접실에는 맥아더의 기도문이 걸려있다.
「바라건대 나를 쉬움과 안락의 길로 인도하지 마시옵고, 곤란과 도전에 대해 분투 항거할 줄 알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정 회장의 마음에 쏙 드는 기도문이라 걸어 놓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뒤에 자신이 직접 지은 기도문을 추가해서 써넣었다.
「이것을 다 주신 다음에 이에 더하여 유머를 알게 하여 인생을 엄숙히 살아감과 동시에 삶을 즐길 줄 알게 하시고, 자기 자신을 너무 중대히 여기지 말고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참으로 위대하다는 것은 소박하다는 것과 참된 지혜는 개방적인 것이고, 참된 힘은 온유함이라는 것을 명심하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맥아더의 기도문에 못지않은 명문이고, 솔직한 기도문이다. 정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내가 장사꾼이 되지 않았으면 문필가가 됐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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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경기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사학과 졸업. 대한일보와 합동 통신사를 거쳐 중앙일보 체육부장, 부국장을 역임했다. 1984년 LA 올림픽, 86 서울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 90 베이징아시안게임, 92 바르셀로나올림픽, 96 애틀랜타올림픽 등을 취재했다. 체육기자 생활을 끝낸 뒤에도 삼성 스포츠단 상무와 명지대 체육부장 등 계속 체육계에서 일했다. 고려대 체육언론인회 회장과 한국체육언론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