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일자리가 있어야 애를 낳지"
보건사회연구원의 인구포럼서 '지역서 애 안 낳고 떠나는 이유' 분석
지역 소멸이 사회문제화한 가운데 지역에서 아이를 낳지 않고 떠나는 가장 큰 이유로 마음에 드는 일자리가 없다는 점이 지목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11일 '지역 인구변화에 대한 인식과 향후 정책 방향'을 주제로 인구포럼을 열어 이와 같은 인식 조사결과를 공유했다. 보사연은 지난달 11~17일 전국 19∼69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보사연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19년 50%를 돌파한 뒤 지난해 50.9%에 이르렀다. 2023년 기준 전국 229개 시군구 중 79%가 전년 대비 인구가 줄어드는 등 지역 인구 감소 현상이 심화했다.
지역 인구변화와 관련한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출생아 수가 감소하는 이유로 '마음에 드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 5점 만점에 3.61점으로 1순위로 지목됐다. 이어 '주거비용이 높기 때문'(3.27), '생활 편의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2.98), '자녀 교육을 위한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2.97) 순서였다.
지역에서 인구 유출이 나타나는 이유도 같았다. 1순위는 '마음에 드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3.80)이었다. 이어 '주거비용이 높기 때문'(3.20), '생활 편의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3.11), '자녀 교육을 위한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3.11) 순서였다.
응답자들은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불균형도 일자리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5점 만점으로 묻자 '일자리'(4.05) 항목에 대한 응답이 가장 높았다. 이어 경제 수준(3.87), 주거 및 교통 환경(3.76), 생활시설(3.71) 순서로 응답했다.
보사연 이지혜 부연구위원은 "응답자들은 출생아 수 감소, 지역 이탈, 수도권과 비수도권 불균형의 심각성에서 모두 일자리를 이유로 지목했다"며 "(지역사회) 정주를 위해서는 일자리가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은 세대·지역별 이웃관계도 살펴보았다. 설문 조사결과 연령이 높을수록 인사를 나누는 이웃의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 19∼34세 청년 응답자의 36.0%는 인사하고 지내는 이웃이 한 명도 없었다. 63.3%는 택배 받아주기 등 가벼운 부탁이 가능한 이웃도 전혀 없다고 응답했다.
이와 달리 만 60세 이상 고령층은 27.9%가 인사하고 지내는 이웃이 7명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인사하는 이웃이 '0명'이라는 응답은 6.7%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