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잡지 '샘터' 무기한 휴간

2026년 1월호로 끝으로…"활자 미디어를 월등히 뛰어넘는 시대 흐름 이기지 못해"

2025-12-11     이코노텔링 장재열 기자

내년에 창간 56년을 맞는 국내 최장수 교양 잡지 월간 '샘터'가 무기한 휴간한다.

샘터사는 오는 24일 2026년 1월호(통권 671호)를 끝으로 샘터를 무기한 휴간한다고 10일 밝혔다. 샘터사는 "스마트폰이 종이책을 대체하고 영상 콘텐츠의 수요가 활자 미디어를 월등히 뛰어넘는 시대적 흐름을 이기지 못한 데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1970년 4월 창간한 샘터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잡지'를 표방하며 평범한 이들의 진솔한 삶을 다뤄왔다. 이는 창간인 고(故) 김재순 전 국회의장의 뜻을 계승한 것으로 그동안 지면에 담아 온 독자 사연이 1만1000여개에 이른다.

샘터는 작가 피천득, 최인호, 정채봉,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 등 당대 문인들의 글을 소개했다. 최인호 작가는 자전적 소설 '가족'을 샘터에 1975년부터 34년간 연재했다. 법정 스님은 수행 중 사색을 기록한 '산방한담'을 1980년부터 16년간 연재했다.

장영희 교수, 이해인 수녀 등 문인이 삶의 의미를 샘터를 통해 전달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이 대학 졸업 후 편집부 기자로 일한 이력도 샘터의 역사에 남아 있다.

1970~1990년대 초 인쇄매체의 전성기 시절 샘터는 월 50만 부 판매를 기록할 정도로 대중에게 사랑받았다. '어머니에게 편지 보내기' 공모에는 한 달간 1만여 통의 편지가 접수되기도 했다.

인터넷 상용화와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며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해 잡지가 설 자리를 잃으며 구독과 광고 수익이 감소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지속된 재정난은 2019년 한 차례 휴간으로 이어졌다. 당시 애독자들의 기부와 응원, 기업 후원 등으로 발행을 재개했지만 6년 만에 다시 휴간을 선택했다.

김성구 샘터 발행인은 "샘터 잡지는 휴간에 들어가지만 단행본 발행은 계속 이어간다"며 "물질과 성공만을 따르지 않고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를 중시하는 샘터의 정신을 계속 지켜나갈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마지막 호가 될 2026년 1월호는 창간호와 같은 '젊음을 아끼자'를 주제로 꾸민다. 창간호에 특집 기고를 한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와 오랜 필자인 이해인 수녀, 편집부 기자로 근무한 정호승 시인의 '휴간 기획' 에세이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