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4연속 동결
원화가치 하락과 ·수도권 부동산 급등으로 '인하 불발'
한국은행이 27일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7·8·10·11월 네 차례 연속 동결이다. 10·15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고, 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을 거듭해 1500원선을 위협하며 물가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0%로 동결했다. 한은의 금리 동결은 시장이 예상했던 일로 향후 금리 인하 여부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말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지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미 연준은 인공지능(AI) 거품 우려에 주가와 코인 등 자산시장 거품이 꺼지는 조짐을 보이자 종전 입장을 바꿔 12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며 시장 진정에 나선 상태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한은도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이 상대적으로 완화되면서 내년 초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생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에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압박이 커질 수도 있다. 코스피 5000을 국정 목표로 제시한 만큼 여권 입장에선 주가 부양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15 부동산 대책 한 달여 만에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고, 휘발유 판매가격이 4주 연속 상승하고 외식물가가 오르는 등 물가 불안 우려가 큰 상황에서 금리 문제를 '정치 논리'로 접근하기는 부담스런 상황이다. 반도체 경기가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경제성장률에 숨통이 트인 점도 한은이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은은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9%에서 1.0%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도 기존 1.6%에서 1.8%로 높여 잡았다. 2027년 성장률은 1.9%로 제시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2.0%에서 2.1%로, 내년에는 1.9%에서 2.1%로 각각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