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와 벌인 '13년 소송전' 최종승리

'배상금 0원' 완승…'한국 정부 개입으로 손해' 6조대 소송낸 론스타의 '굴욕'

2025-11-19     이코노텔링 김승희 기자

한국 정부가 13년간 이어져온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매각 관련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승소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8일 정부종합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ISDS 취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2022년 판정에서 인정됐던 2억1650만달러(약 4000억원)의 배상 의무는 사라졌다. ICSID는 한국 정부가 그동안 지출한 약 73억원의 취소 소송 비용을 30일 안에 지급하라고 론스타에 명령했다.

론스타와 한국 정부간 분쟁의 시발점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02%를 1조3834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외환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2003년에는 현대그룹 부실채권, 자회사 외환카드의 적자 문제 등으로 대규모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태였다.

외환은행의 2대 주주였던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외환은행 증자를 포기하고 정부와 함께 매각을 추진했다. 이때 인수에 나선 곳이 론스타였다. 그런데 론스타의 인수 자격을 놓고 잡음이 일었다. 당시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을 인수할 수 없었는데, 론스타는 일본에 골프장과 예식장 등 산업자본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2003년 외환은행 자기자본비율(BIS)이 8% 아래로 떨어져 부실이 예상되자 금융당국은 은행법 시행령상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를 인정해 론스타의 인수를 승인했다. 이후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론스타의 산업자본 요건을 금융당국이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고, BIS 비율도 고의로 낮게 보고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005년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가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넘기려고 은행법을 확대해석하고, 은행 주주 자격이 없는 사모펀드에 '헐값'을 받고 떠넘겼다"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관여한 경제관료와 은행 경영진 20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듬해 론스타의 인수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진행됐고, 론스타는 투자자금 회수를 위해 외환은행을 되팔려는 협상을 벌였다.

2007년 론스타는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5조9000억원대 매각 계약을 체결했는데, 한국 정부의 승인이 늦어졌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관련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외환은행 재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는 것이 당시 금융감독위 입장이었다.

2008년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해 계약이 무산됐고,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에 넘겼다. 거액의 차익을 얻었음에도 론스타는 한국 정부의 승인 지연으로 더 높은 가격에 계약을 맺은 HSBC에 매각하지 못해 손해를 보았다며며 2012년 11월 ICSID에 ISDS 소송을 제기하고, 46억7950만달러(약 6조80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후부터 지난한 국제소송전이 이어졌다. ICSID는 2012년 12월 론스타 제기 사건을 등록했다. 2013년 5월 조니 비더 런던국제중재법원 부원장을 재판장으로 중재재판부를 구성했다. 재판부는 2013년 10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서면 심리를 진행했다. 한국 정부와 론스타는 증거자료 1546건, 증인·전문가 진술서 95건 등을 제출하며 공방을 벌였다. 이후 2016년 6월까지 미국 워싱턴DC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4차례 심리가 진행됐다. 2020년 6월에는 윌리엄 이안 비니 전 캐나다 대법관이 새 의장중재인으로 선임되면서 같은 해 10월 화상회의 방식으로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2020년 11월 론스타가 협상액 8억7000만달러를 제시하며 이를 수용하면 ISDS 사건을 철회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를 공식 협상안이 아니라고 보고 거절했다.

이후 사건을 계속 심리한 ICSID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중재 절차 종료를 선고했다. 이어 그해 8월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억165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이는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의 4.6% 수준이었다.

당시 법무부장관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였다. 그는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수사할 때 수사팀의 일원이었다.

론스타는 배상금액이 충분하지 않다며 2023년 7월 판정 취소 신청을 제기했다. 한국 정부도 판정부의 월권,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을 이유로 그해 9월 판정 취소와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양측의 판정 취소 신청을 받은 ICSID는 2년여간 숙고 끝에 18일 한국 정부 승소 판정을 내렸다. 이로써 13년을 끌어온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국제소송이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