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배짱 약관' 적발
공정위, 재판관할 조항 등 시정 조치
소비자가 카드회사 등과 분쟁이 생겼을 때 회사 소재지 관할 법원에서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거나 소비자가 예측하기 어려운 사유를 내세워 부가서비스를 일방 중단·제한한 카드사의 불공정 약관이 적발돼 당국으로부터 시정 조치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용카드사, 리스·할부금융사 등 여신전문 금융회사 약관 1668개를 심사한 결과 9개 유형 46개 조항의 불공정 약관을 적발해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고 17일 밝혔다.
가장 많이 적발된 유형은 소비자에게 불리한 재판관할 합의 조항이었다. 소비자가 약관에 따른 소송을 제기할 때 업체의 영업소 소재지 등을 관할하는 법원에서 해야 한다는 조항이었다. 예컨대 회사 영업소가 서울 강남구에 있다면 제주도 거주 소비자라도 서울중앙지법에서 송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소비자가 제소나 소송 대응에 큰 불편을 느껴 권리구제 자체를 포기할 우려가 있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비대면 금융상품 계약의 전속 관할을 소비자 주소지로 정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취지에도 어긋난다.
소비자가 예측하기 어려운 제휴사의 폐업, 공사, 예약 마감 등의 사유를 들어 신용카드 부가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조항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해외 결제 때 비자나 마스터 등 해외 카드사가 국내 카드사에 부과하는 '국제브랜드 수수료'가 국제 브랜드사의 정책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적혀 있는 약관도 불공정한 것으로 지목됐다. 해당 수수료는 청구 금액에 포함되기 때문에 소비자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약관대로 하면 소비자가 예측하지 못한 수수료율을 적용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국제 브랜드 수수료 변경을 개별적으로 통지해 제때 알 수 있도록 소비자의 절차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금융위는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공정위의 시정 요청에 따라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경우 통상 사업자의 실제 약관 개정까지는 약 3개월이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