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장 떠바친 '동학개미'
2.5조원 어치 주식 순매수해 코스피 4000 '사수'
5일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정지(사이드카)가 7개월 만에 발동되는 등 코스피가 급락하는 와중에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외국인에 맞서 2조5000여억원 순매수로 대응한 개인 투자자들 덕분에 가까스로 지수 4000선을 방어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개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566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투매로 오전 한때 6% 넘게 급락한 코스피는 개인 투자자의 공격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하락 폭을 줄여 2.85% 내린 4004.42로 거래를 마쳤다.
개인 투자자는 3일 6260억원, 4일 2조7010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11월 들어 3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이어갔다. 지난 10월 한달 동안 6조9060억원을 순매도했던 것과 대조된다.
반면 지난달 5조3370억원을 순매수했던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내내 매도 우위를 보였다. 3일 7950억원, 4일 2조2280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5일에도 2조5180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국내 증시는 그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수하며 코스피 상승세를 주도해왔다. 개인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지루한 '박스피'에 갇힌 국내 증시보다는 미국 증시 등에 더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10월 27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11월 3일 종가 기준 4200선까지 넘어서자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이 반도체 주식 등을 집중 매도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조정=매수 기회'로 여기며 매수세를 늘렸다.
5일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는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SK하이닉스는 7750억원, 삼성전자는 3142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그동안 집중 매수했던 이들 종목을 매도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소화했다.
실제로 국내 증시에는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풍부한 대기 자금이 존재한다. 3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86조7704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투자자예탁금은 10월 13일 사상 처음 80조원을 넘긴 뒤 코스피가 4000을 돌파한 10월 27일부터 급증했다. 9월 30일 76조4473억원에서 10월 31일 85조4569억원으로 한 달 새 10조원 가까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