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트렌드 트레킹] (154) AI 시대는 경계인의 시대

한 분야의 깊이와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폭을 동시에 가진 T자형 인재가 긴요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는 경영인의 공통점은 '한 우물'만을 판 사람들이 아니다 넷플릭스 만든 리드 헤이스팅스는 영화전문가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2025-11-07     김용태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어릴 적 즐겨보았던 타잔 영화에 원시림 늪이 있었습니다. 일단 빠지면 헤어나올 방법이 없는 신기한 늪이었지요.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칠수록 더 빨리 가라앉는 늪. 타잔이 '아아아' 소리지르며 밧줄 타고 구해주기 전에는 나올 수 없었죠.

요즘 늪에 빠지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매출이 떨어지면 3C 분석을 하고, STP를 점검하고, 4P 전략을 수정합니다. 가격을 할인하고, 1+1 행사를 하고, 광고비를 늘리지요. 그런데 과거 성장기에는 먹혔던 이 방식이 이제는 듣지 않습니다. 발버둥칠수록 더 깊이 빠지는 늪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늪에서 탈출하는 기업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한 우물만 판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여러 우물을 기웃거리던, 업계의 경계에 서 있던 사람들이었지요.

넷플릭스를 만든 리드 헤이스팅스는 영화 전문가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습니다. 에어비앤비의 창업자들은 호텔업 전문가가 아니라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였고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자동차 업계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경계인이었습니다.

경계인은 두 세계를 동시에 봅니다. 디지털 네이티브도 아니고 완전한 이민자도 아닌 사람들. 전통산업을 알지만 디지털도 이해하는 사람들. 한 분야의 전문가이면서도 다른 영역에 호기심을 갖는 사람들이지요.

이들이 혁신을 만들어냅니다. 왜일까요? 늪 안에서는 늪의 논리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호텔업계 사람은 호텔업의 관행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자동차업계 사람은 자동차의 틀 안에서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계에 선 사람은 다르죠. 그들은 늪 밖에서 늪을 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블루오션의 사례들을 살펴볼까요? 컨버전스 없이 블루오션으로 간 회사는 없습니다. 애플은 컴퓨터와 음악을 융합했고, 아마존은 서점과 물류를 융합했습니다. 카카오는 메신저와 금융을 융합했지요. 융합은 단순히 두 가지를 합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세계의 경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고도의 지적 행위입니다.

"우리는 제조업이야", "우리는 유통업이야", "우리는 서비스업이야." 이런 정의가 당신을 늪에 가둡니다. 정체성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감옥이 되어서는 안 되겠죠.

AI 시대는 경계인의 시대입니다. 한 분야의 깊이와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폭을 동시에 가진 T자형 인재가 필요한 시대지요. 지금 당장은 어렵고 아프더라도 변화에 적합성을 갖는 구조로 바꾸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경계를 허물고, 좁은 틀을 깨뜨리고, 낯선 영역과 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늪에서 빠져나오는 법은 발버둥치는 것이 아닙니다. 늪 밖의 시각을 가진 타잔을 찾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타잔은 의외로 가까이 있습니다. 당신 조직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 다른 업계를 경험한 사람,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 한 주에 한 번은 외계인과 점심 먹기를 실천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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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김용태 마케팅연구소 대표)= 방송과 온라인 그리고 기업 현장에서 마케팅과 경영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강의와 컨설팅으로 이름을 알렸다. "김용태의 마케팅 이야기"(한국경제TV), "김용태의 컨버전스 특강" 칼럼연재(경영시사지 이코노미스트) 등이 있고 서울산업대와 남서울대에서 겸임교수를 했다. 특히 온라인 강의는 경영 분석 사례와 세계 경영 변화 흐름 등을 주로 다뤄 국내 경영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요 강의 내용을 보면 "루이비통 이야기 – 사치가 아니라 가치를 팔라", "마윈의 역설 – 알리바바의 물구나무 경영이야기", "4차산업혁명과 공유 경제의 미래", "손정의가 선택한 4차산업혁명의 미래", "블록체인과 4차산업혁명" 등이다.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트로이의 목마를 불태워라", "마케팅은 마술이다", "부모여, 미래로 이동하라", "변화에서 길을 찾다", "마케팅 컨버전스", "웹3.0 메타버스", 메타버스에 서울대는 없다(이북), 메타버스와 세 개의 역린(이북) 등을 펴냈다. 서울대 인문대 졸업 후 서울대서 경영학 석사(마케팅 전공)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