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74) 사내소통의 3핵 '보고·연락·상담'

조직이 사고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시스템 일본 경영 컨설턴트"부하가 먼저 행동하면 사고가 나고, 상사가 모르면 조직이 정지" 3핵을 단순한 보고 체계가 아닌 '조직의 생리(生理)' 로 받아들일 때 , 회사는 안정화

2025-10-27     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현대의 많은 조직이 "소통이 중요하다","부서 간 협업이 필요하다", "의사소통을 활성화하라"는 구호를 외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이 말들이 추상적인 권고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라고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잘하라는지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

사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이미 오래전부터 일본식 조직관리론에서 정리된 개념인 '보고(報告)·연락(連絡)·상담(相談)', 즉'호렌소(ホウレンソウ)'에 있다.

이는 단순한 보고 체계가 아니라, 조직이 사고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시스템이다.

첫째, 보고·연락·상담은 조직의 운영 효율을 높인다. 보고·연락·상담이 활성화된 조직은 의사 결정의 속도와 정확성이 놀라울 정도로 높아진다. 업무 진행 상황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문제점이 조기에 보고되며, 직원이 임의로 판단해 일을 처리하다 생기는 사고가 줄어든다.

한 일본 경영 컨설턴트는 "상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부하가 먼저 행동하면 사고가 나고, 부하가 알고 있는 것을 상사가 모르면 조직이 정지한다"고 말했다.

보고는 정보를 공유해 조직의 '의식'을 일체화하는 기능, 연락은 연결의 끈을 유지하는 기능, 상담은 판단을 함께 만들어가는 기능을 한다. 이 세 가지가 선순환할 때 조직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둘째, 직원의 임의처리를 줄이고, 사고를 예방한다.

대부분의 업무 사고는 "상사에게 말 안 하고 처리한 일"에서 비롯된다. "알려줬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전달이 안 된" 경우도 많다. 보고·연락·상담은 이런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줄이는 장치다. 보고는 '일의 진척'을 알리고, 연락은 '정보의 공유'를, 상담은 '판단의 협의'를 뜻한다.

셋째, 보고·연락·상담은 일상적인 교육의 장이다

많은 경영자는 "직원 교육을 강화하라"고 말하지만,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보다 더 효과적인 교육은 '보고·연락·상담 과정 그 자체'이다. 직원이 문제 상황을 보고하고, 상사가 피드백을 주며, 이를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업무 판단 기준이 체득된다. 즉,'보고는 훈련의 장이고, 상담은 학습의 과정'이다.

상사가 부하의 보고를 귀찮게 여기지 않고, 상담 요청을 반갑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정착되면 조직은 별도의 교육비를 들이지 않아도 성장한다.

넷째, 업무 이해도와 조직 몰입도를 높인다

업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회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그 근본 원인은 커뮤니케이션 단절이다. 보고·연락·상담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조직은 직원이 회사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이 맡은 일의 의미를 자각한다. 결국 보고·연락·상담은 '참여의식'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다섯째, 상사에게도 역할이 있다

보고·연락·상담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직원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상사 역시 '듣는 기술'과 '피드백의 기술'을 가져야 한다. 직원이 보고할 때 적시에 반응하고, 상담 요청을 받으면 즉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상사의 태도 하나가 부하의 보고 습관을 결정짓는다. "그건 알아서 해"라는 말 한마디가 조직의 소통을 막고, "좋은 생각이네, 그 방향으로 한번 해보자"는 말 한마디가 조직을 움직이게 만든다.

여섯째, 보고·연락·상담은 더 나은 의사결정을 만든다

의사결정 분야의 석학 폴 너트(Paul Nutt)의 연구에 따르면, 하나의 안만 놓고 찬반 결정을 한 경우 실패율은 52%에 달했지만, 복수의 대안을 검토한 경우 실패율은 32%로 떨어졌다. 보고·연락·상담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문제의식이 공유되고,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며, 그 과정에서 더 나은 선택이 만들어진다.

즉, '소통의 양'이 '의사결정의 질'을 결정한다. "소통하라"는 말은 누구나 하지만, 실제로는'어떻게 소통할 것인가'가 문제다. 보고·연락·상담은 그 답이다.

이 세 가지를 단순한 보고 체계가 아닌 '조직의 생리(生理)'로 받아들일 때, 회사는 사고가 줄고, 의사결정은 빨라지며, 구성원의 몰입도는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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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