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도 '철강 장벽' 높아

국가별 수입 쿼터 대폭 삭감하고 초과 물량에 물리는 관세율은 25%에서 50%로

2025-10-08     이코노텔링 김승희 기자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외국산 철강에 50%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나서 한국 철강산업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EU가 무역 장벽을 본격적으로 높이기 전 EU에 한국의 입장과 우려를 적극 개진하고, 철강업계의 애로를 해소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7일(현지 시간)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대체할 새로운 저율관세할당(TRQ) 제도 도입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EU가 새로 도입하는 TRQ 초안에 따르면 모든 수입산 철강제품에 대한 연간 무관세 할당량(이하 수입 쿼터)이 최대 1830만t으로 제한된다. 이는 지난해 수입 쿼터(3053만t) 대비 약 47% 적다. 총량이 감축됨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국가별 수입 쿼터도 대폭 삭감될 전망이다.

수입 쿼터 초과 물량에 부과되는 관세율도 기존 25%에서 50%로 인상된다. 이번 조치는 유럽경제지역(EEA) 국가인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을 제외한 모든 제3국에 적용된다. 국가별 수입 쿼터는 추후 무역 상대들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신규 TRQ 조치는 EU의 입법 이행 절차를 거쳐 EU의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 만료 시점인 내년 6월 말 회원국 투표를 통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EU의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한국산 철강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EU는 한국산 철강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對)EU 철강 수출액(MTI 61 기준)은 44억8000만달러다. 단일국가 기준 1위 수출시장인 미국(43억4700만 달러)보다 많다.

모든 품목에 50%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과 달리 EU는 쿼터 제도가 있다는 점에서 일부 차이는 있다. 하지만 수입 쿼터가 대폭 줄면 한국 기업으로선 그만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 4월에도 EU가 철강 세이프가드 물량을 일부 줄이면서 한국산 쿼터가 이미 최대 14% 줄어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