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트렌드 트레킹] (151) 책 보다 '끼와 깡'이 절실
제나라 환공이 읽고 있던 책을 찌꺼기라고 말하는 늙은 목수의 교훈 책에서 나오는 이론 맹신말고'대단하다는 사람의 말'에 현혹 말아야 해법은 여러가지…뒤집어 보고 '엉뚱한 생각'도 하는 몸부림이 필요
제나라 환공이 읽고 있던 책을 찌꺼기라고 말하는 늙은 목수의 얘기가 '장자'에 실려 있습니다.
"어찌 일개 목수 따위가 성인의 책을 찌꺼기라 할 수 있는가, 해명하지 못하면 목숨을 잃을 줄 알아라"
호통치면서 화를 내는 환공에게 늙은 목수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는 제 자신의 경험에서 그렇게 생각했을 뿐입니다. 제가 만드는 수레바퀴는 너무 꼭 끼게 하면 잘 돌아가지 않고, 너무 느슨하면 겉돕니다. 꼭 끼지도 않고 너무 느슨하지도 않고, 손에도 마음에도 딱 맞는 그 정도를 맞추는 요령은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 아들에게도 가르칠 수가 없어서 이 나이가 되도록 직접 수레바퀴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 성인이라는 분도 진정 말하지 못하고 죽어버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책에 쓰여 있는 것은 성인의 찌꺼기 같은 것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대개 사람들은 집을 그리라고 하면 지붕부터 그려 내려옵니다. 그러나 집을 그릴 때 밑에서부터 주춧돌을 먼저, 다음에 기둥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붕을 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림 그리는 기법을 배운 사람이 아니라, 그림공부는 못했지만 실제 집을 지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지요.
지금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거나 사업계획을 잡고 있으시다면 위에서부터 그려오고 있는 것인지 아래서부터 그리고 있는 것인지를 점검해 보세요. 책들에 나오는 이론을 너무 맹신하지도, 대단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에 너무 현혹되지도 마셔야 합니다. 남들의 DNA는 나와 다르고, 당신 안에는 그 이상의 잠재능력이 숨어있답니다.
과감히 틀을 깨뜨려야 할 때입니다. 문제를 푸는 해법은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지요. 뒤집어 보고 흔들어 보고 엉뚱한 사고도 쳐보는 몸부림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스스로 무언가를 생각해내고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들이 찌꺼기더미 속에 묻혀버려서는 안 됩니다.
AI가 비즈니스의 판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근원적으로 생태계가 달라지는 변화의 시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상상력입니다.
찌꺼기 책들은 던져 버리시죠. 그런 끼와 깡이 없이는 미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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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김용태 마케팅연구소 대표)= 방송과 온라인 그리고 기업 현장에서 마케팅과 경영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강의와 컨설팅으로 이름을 알렸다. "김용태의 마케팅 이야기"(한국경제TV), "김용태의 컨버전스 특강" 칼럼연재(경영시사지 이코노미스트) 등이 있고 서울산업대와 남서울대에서 겸임교수를 했다. 특히 온라인 강의는 경영 분석 사례와 세계 경영 변화 흐름 등을 주로 다뤄 국내 경영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요 강의 내용을 보면 "루이비통 이야기 – 사치가 아니라 가치를 팔라", "마윈의 역설 – 알리바바의 물구나무 경영이야기", "4차산업혁명과 공유 경제의 미래", "손정의가 선택한 4차산업혁명의 미래", "블록체인과 4차산업혁명" 등이다.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트로이의 목마를 불태워라", "마케팅은 마술이다", "부모여, 미래로 이동하라", "변화에서 길을 찾다", "마케팅 컨버전스", "웹3.0 메타버스", 메타버스에 서울대는 없다(이북), 메타버스와 세 개의 역린(이북) 등을 펴냈다. 서울대 인문대 졸업 후 서울대서 경영학 석사(마케팅 전공)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