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 엮은 인류경제사] (47) 불꽃 쇼의 명암

관광객 유입 등 경제효과가 적지 않지만 쓰레기 더미와 미세먼지 부작용 패션도 지구온난화에 '10% 책임' …'화려한 순간'에 뜨거워진 지구 걱정

2025-10-08     송명견(동덕여대 명예교수ㆍ칼럼니스트)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은 어둠을 가르고, 순간 모든 시선을 밤하늘에 모은다. 가슴 벅찬 환호와 압도하는 웅장함에 수많은 사람들을 탄성을 지르며 기뻐한다. 그리고 불꽃의 그 밤은 한 편의 화려한 기억으로 기록된다.

'2025년 세계서울불꽃 축제'도 그랬다. 1시간 10분 동안 화려하고 다양한 불꽃 쇼를 선보였다. 주최 측은 100만명 이상이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강공원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은 저마다 휴대전화를 들어 불꽃이 수놓는 장관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며 즐거워했다.

서울불꽃축제의 비용과 경제적 효과를 따져보자. 행사를 주최한 한화그룹은 불꽃 제작에 100억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불꽃 제작에 국민 세금이 직접 투입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안전관리 비용 31억3000만원에 버스노선 변경 및 교통신호 조정, 쓰레기 처리비용 등 35억~45억원의 간접비용이 들어가 세금 사용에 대한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경제적 효과도 있다. 2023년 서울세계불꽃축제 때 숙박·음식·교통 등을 포함해 약 295억원 규모 경제효과를 낸 것으로 추정됐다. 서울 여의도 인근 상권 활성화와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돈은 쓰이지만, 돈도 벌어온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쉽게도 잠시 스쳐가는 이 화려함 뒤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야기된다. 이날 하루 여의도 한강공원 부근에서 수거된 쓰레기만 58톤, 대형 폐기물 수거 차량 여섯 대 분량이라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불꽃은 알루미늄, 스트론튬, 구리 등의 금속 성분을 태워 색깔을 내는데 이 과정에서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불꽃 파편과 금속 찌꺼기가 한강에 떨어진다.

초미세먼지는 30배 이상 폭증한다. 짧은 시간이라 할지라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이 정도로 올라가면 호흡기나 심혈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막대한 탄소 배출이라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흔적이 남는다. 도시의 즐거움과 환경 부담은 이렇게 서로 대립하며 공존한다.

최근 우리나라보다 먼저 이 같은 불꽃 쇼 때문에 난처한 처지에 놓인 의류업체가 있다. 바로 '아크테릭스(Arc'teryx)다. 지난 9월 17일의 일이었다. 이 브랜드가 티베트 히말라야 고산지대(시가체)에서 '용이 하늘로 치솟는다'는 테마로 세계인과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놀라게 하는 '일대 사건'을 벌였다.

아크라테릭스는 1991년 캐나다 노스밴쿠버(North Vancouver, British Columbia)가 설립한 고(高)기능성 아웃도어 브랜드다. 이 브랜드의 아웃도어는 방풍·방수·통기성 등이 탁월하고 야외활동에 적합한 디자인과 깔끔한 마감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고급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이 브랜드는 자연과의 조화를 브랜드 철학으로 내세워 왔다. 이번의 불꽃 쇼도 중국 시장에서의 영향력 강화와 '자연과 어울리는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가치'를 시각화하려 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 화려함 뒤에는, 잠시 스쳐가는 아름다움과 달리 '환경을 팔아먹는 이벤트'라는 비난이 커지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게 되었다.

불꽃이 티베트 고원의 맑은 밤하늘을 오염시키고, 산림 화재 위험도 크게 했다. 또한 미세먼지와 금속성 입자들과 막대한 탄소 배출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흔적도 남겼다. 게다가 고산지대는 생태계가 매우 취약하여 소음, 빛, 폭발 소리 등으로 동물의 스트레스, 도망, 번식 교란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불꽃놀이에 사용된 화학물질·잔여물·폭죽에서 나오는 연기, 분말, 색소 등이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다.

이에 대해 아크라테릭스는 이번 불꽃행사에 "생분해 가능 소재를 사용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불꽃 연료 잔여물 등이 녹거나 빙하에 누적되어 이것들이 빙하의 용융(鎔融) 또는 빙하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고도, 온도, 기후 조건 등이 이런 소재들의 분해를 늦추며 잔여물들이 영구히 지속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는 해결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불꽃 쇼들을 보며 필자는 5년 전 '패션이 지구온난화에 10% 책임이 있다'는 글을 쓴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도 그 말은 유효할까? 그런 것 같다. 지난 5년간 패션이 자연을 지키자며 '지속 가능성'을 내세워왔다. 그러나 여전히 과소비와 환경파괴에 기여하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들이 친환경 라벨, 리사이클 원단, 카본 뉴트럴 선언 등 내세우며 나름 노력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실질적 성과보다는 '마케팅용 지속 가능성'이라는 비판이 많다. 패션도 결국 불꽃처럼 사라질 유행을 쫓는다면 강과 바다 그리고 산과 들까지 오염되고, 지구는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불꽃 쇼도 그렇다. 우리가 불꽃의 유혹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을 지라도 치러야할 대가를 기억하며 더 현명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불꽃이 사라진 자리도 먼지와 뜨거워진 지구다. 우리가 진정으로 붙잡아야 할 것은 화려한 순간이 아니라 오래도록 살아갈 지구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