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코스피 5,000P…'구윤철-이소영'의 공방

주식저평가 배경 놓고 시각차 노출 … '정책 부재'지적에 '기업 경쟁력 강화'로 맞서 상장 기업은 개인 소유물 아냐 … 세 차례의 상법 개정이 '거위의 배' 가르지 않기를

2025-10-02     이경형 이코노텔링 부국장

사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매우 오래된 주제다. 논의는 무성했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효과적인 시도는 그간 별로 없었다고 봐야한다. 오히려 전쟁 위험에서 북핵 위험으로 진화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내세우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일임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학습돼 왔다는 주장이 별로 이상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자조적 상황을 뒤로하고 힘이 있는 누군가가 '멱살 잡고 캐리'하면 달라질 수 있을까, 어떤 방법으로 가능 할까? 따져보는 일이 필요하겠다.

여기서 지난 2025년 8월 19일로 돌아 가보자. 이 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필자의 호기심을 크게 불러일으킨 장면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과 구윤철 부총리간의 질의·답변 중 튀어나온 그들의 본심에 급 관심이 갔다. 뜻 밖에도 두 사람은 우리 증시를 바라보는 둘 사이의 가치관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발언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나누고 있었다.

내용을 몇 번이고 자세히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제 이런 내용의 논쟁이 제대로 점화 하는 일이 우리 증시에 꼭 필요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선했다. 일찍이 국회에서 이런 얘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었던가?

그런데 그날 거의 모든 언론이 대서특필하며 개미 투자자들을 들끓게 했던 뉴스는 그 게 아니었다. 이 의원의 질문에 구 부총리가 오답을 한 사실을 크게 문제 삼는 내용이었다. 한국주식시장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얼마인지 모르는 부총리에게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마치 업무 수행부적격자인양 몰아가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반면 양자 간에 우리 증시에 대한 가치관이 상이하다는 점에 주목한 기사는필자의 과문 탓인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날 두 사람 간 대화의 주요 내용을 옮겨보자.

먼저 질의자인 이 의원은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극단적 부동산 편중 현상을 지적하며, 국민들의 균형 잡힌 경제생활을 위해서라도 선진국처럼 부동산 자산비중을 낮추는 게 필요한데 그 대안으로 주식시장의 현실을 살펴본바, 우리 나라 주식시장의 PBR이 일본, 대만, 브라질, 태국보다 낮고 신흥국 평균치인 1.8배에도 못 미치는 1.0배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상황이 자연스런 결과물인 것인지, 아니면 정책효과를 통해 PBR을 꾸준히 높일 수 있는 것인지(그 결과로 KOSPI 5,000포인트 달성이 가능한 일인지)를 구 부총리에게 물었다.

이 의원은 또 어느 정도까지는 후자의 경우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우리 증시가 일본증시의 PBR(1.6배) 만큼만 돼도 KOSPI는 5,100 포인트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끝으로 이 의원은 우리 증시가 가치대비 많이 눌려있는 게 현실이고, 시장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큰 상황에서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왜 지난 7월 이후 실종됐는지를 물었고 '엉터리로 만들어진' 배당소득세 개편 안을 나쁜 정책의 예로 들었다.

이에 대해 실수인지 의도한 것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구 부총리는 답변을 통해 주식 시장에 대한 내심의 일단을 짧지만 명확히 드러냈다.

구 부총리는 우리나라 가계 자산이 부동산 쪽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이 의원과는 결이 크게 다른 주식시장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구 부총리는 주식시장 5천 포인트나 1만 포인트를 만드는 길은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가져야 가능하다는 점을 두 차례 강조했다. 정부가 아무리 증권 관련 세금을 낮춰주는 등의 정책을 펼쳐도 기업이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소용 없는 일이고, 경쟁력을 갖추면 자연스레 달성될 것이라고도 했다.

"오히려 잘못되면 국민들이 부동산에 놔뒀으면 괜찮았을 것을 주식시장에 뛰어들게 하여 (상황을) 더 망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도 가지고 있다."는 말은 이날 구 부총리 발언의 핵심이었다. 마음이 어디에 있는 지 확실히 보여 준 것일까? 말미에 그는 우리증시의 저평가 요인으로 남북문제를 들기도 했다.

마이크가 꺼진 가운데 이소영 의원은 안보상황이 우리 보다 불안한 대만의 자본시장이 우리보다 훨씬 활성화 돼있다며, 한국증시의 디스카운트 해소는 정부가 좋은 정책, 활성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데 달려 있다는 말로 이날 문답을 마쳤다.

결국 이소영 의원은 후진적 제도 및 관행과 나쁜 기업지배구조(G)를 한국증시의 주된 저평가 원인으로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일관된 정책을 주문하고 있는 반면, 구윤철 부총리는 기업경쟁력의 지속적 강화가 증시 저평가 해소의 선결 요건이고 정책 효과는 부수적이라는 의견을 밝힌 셈이다.(그 후에도 구윤철 부총리는 자본시장 활성화에 방점이 있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기업의 성장이 자본시장 활성화의 전제임을 주장하고 있다.)

누구 말이 맞을까?

정부가 앞장서 제도와 관행을 바꾸고 그에 따라 기업이 좋은 지배구조를 갖추게 되면 기업 가치는 당연히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환경에 순응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높아진 경쟁력이 기업 가치의 원천이라는 견해 중 어느 것이 옳을까? 아마 둘 다 맞는 말 아닐까? 다만 현 시점에서 어느 쪽에 방점을 찍고 최우선으로 집중해야 하는지 냉정히 따져 보자면 전자의 G(기업지배구조) 관련 정비가 먼저라는 견해의 손을 들어주는 게 옳아 보인다. 실제로 시장 참여자들의 대체적인 분위기도 이와 다르지 않으며, 지배주주의 전횡이 가능했던 나쁜 지배구조 아래서 이것저것 겪을 만큼 겪었으니 이젠 제대로 바꿔야한다는 소액주주들의 주장이 제도와 관행의 개선을 통해 실현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최근 주식시장 적극 참여 개미투자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는 논리는 현재 한국증시 상장기업의 현시점 내재가치에 더해 제도가 바뀌고 기업지배구조(G)가 좋아지면 수익성 향상 및 기업가치 제고 기대가 제대로 작동해 KOSPI 5,000포인트는 힘들지 않게 달성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그 이상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내용을 요지로 삼고 있다. 이소영 의원 생각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논리를 설파중인 몇몇 증시 전문가들은 그 사례로 일본의 경우를 들고 있는데, 전혀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실제로 일본증시는 일본정부의 과감한 주주 친화적 정책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과 함께 기업의 현금배당을 늘리고 자사주 매입·소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2014년 이후 증시 PBR 1.8배 목표 달성을 위하여 수익성 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 개선 정책을 꾸준히 밀어붙인 결과 2024년 말에 ROE가 9%로 높아졌고, 이에 따라 PBR은 2023년 1.4배에서 2024년 1.6배로 상승했다.

정부의 시장 친화적 정책과 좋은 기업지배구조가 어우러져 기업 수익성이 개선되고 주가도 올라 기업가치가 높아졌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이에 더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호적 시장 참여, 행동주의 펀드의 후진적 지배구조 기업을 겨냥한 공격행위 등이 가세하며 주식시장을 크게 밀어 올렸고, 2024년 부터 신NISA(신소액투자비과세제도)를 도입하여 주식투자 수익 평생 비과세 연간 상한액과 누적투자 한도를 세배로 늘려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바, 주식 시장의 양적·질적 기반이 더 탄탄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증시 니케이지수는 2014년 4월 저점 13,885포인트에서 2025년 9월 고점 45,754포인트까지 세배 넘게 상승했다. 일본정부의 10년에 걸친 정책적 노력과 기업의 꾸준한 호응이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낸 생생한 실증적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증시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방법 아닐까?

최근 우리증시는 지수 3,200포인트 기준으로 8주 째 공방을 벌이다 마침내 9월10일 장중 고점을 갱신하고 종가 기준으로도 KOSPI 전 고점을 돌파하여 KOSPI 3,500포인트를 목전에 두고 있다. 2일에는 장중 3500을 처음 터치했다. 기대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025년 우리 증시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의 ROE 전망치 평균은 최근14년래 최고치인 12.3%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아주 좋은 소식이다. 이러한 변화가 개별 기업의 실질적 경쟁력을 높이는데도 기여할 게 분명하고, 높아진 경쟁력이 우리 증시의 장기·추세적 우상향을 견인하는 선순환의 고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또 기업은 상장하는 순간부터 더 이상 개인 소유물이 아니라는 말이 이제는 상식이 돼야한다. 모든 주주는 동업자이고 이익을 나눠야 한다. 세 차례 상법 개정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이 아니었음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