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코스피 5000은 먼 길인가

지난 넉 달 동안 '국장'의 놀라운 대반전…코스피 30% 가량 급등 기업지배구조 혁파로 '증시 저평가' 해소하겠다는 정부 의지 읽혀 한국증시 저평가 논쟁과 개별 주식 가치 평가에 관한 논의도 필요

2025-10-01     이경형 이코노텔링 부국장
한국주식시장은

한국주식시장은 지금 대격변의 한가운데 있음이 분명하다. 불과 몇 달 전인 2025년 1월엔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국장' 참여자의 자조적 한탄과 '미장' 참여자의 '수익 인증' 환호가 극명하게 대비되며 우리 증시에 차갑고도 무거운 그늘을 드리우더니, 2025년 4월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준비된(?) 미국 증시의 일시적 조정에 속절없이 무너지며 주가차트 월봉이 120개월 (10년)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가는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과연 우리증시에 희망이 있는가, 미래는 있는가?'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상태는 최악이었고, 비관적 전망이 팽배했다. 그 시점에 대부분의 주식이 연중 최저점을 찍은 반면, 몇몇 대선 테마주들은 상상을 초월 하는 랠리를 펼치는 등 시장은 기괴하고 수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넉 달 동안 국민 모두가 알 정도로 '국장'에 엄청난 대반전이 벌어졌다. 대체 이 짧은 기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KOSPI는 종가 기준 2025년 5월30일 2,689.87포인트에서 2025년 9월24일 3,472.14포인트까지 무려 782포인트, 29.1% 상승하며 신고점을 여러 차례 경신했다. 놀라운 반전이다. 우리 증시 역사상 손꼽히는 사건중 하나가 됐다.

그런데 얼핏 보기에 이 넉 달 사이 증시 밖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이재명 후보의 대통령 당선 외엔 별다른 게 없었다. 기업의 실적 예상치가 엄청나게 좋아질 것이라는 등의 낙관적 기대와 전망도 특별한 게 없었다. 그럼 그 일, 이재명 후보의 집권이 폭발적 '국장' 상승의 주된 원인일까? 답을 미루고 다른 경우를 살펴보자.

미국 발 금융위기의 트리거였던 2008년 9월 15일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법원 파산보호신청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던 시점인 2008년 10월 27일 KOSPI는 2008년 1월 초의 1,891.45포인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892.16포인트까지 하락했지만, 100일 후인 2009년 2월 4일 1195.37포인트를 기록 하며 33.99% 올랐고, 2009년 말 1,682.77포인트까지 회복한 후, 2010년 최종거래일에는 종가기준 사상 최고치인 2051.00포인트까지 상승했다. 이 기간 중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2007년 7월 5.25%에서 2008년 12월 0%까지 내렸고,무제한 양적완화(QE)라는 극약처방까지 동원하면서 미국 증시 붕괴 위기를 막아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300억불 통화 스왑을 체결하며 국가적 위기를벗어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증시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결국 미국과의 통화 스왑이 금융안정에 절대적으로 기여했던 것이었다. 그 후 이명박 정부는 국제금융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던 프린스턴대 신현송 교수(현 국제결제은행 수석 이코미스트)를 청와대 경제보좌관으로 영입하여 그의 주도하에 외환규제 3종세트(선물환포지션규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부담금)를 도입하여 진일보한 거시건전성 정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2020년 초 발발한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의 600억불 통화스왑, 기준금리 인하 및 초 처금리 유지,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한 돈 풀기 등을 통하여 복합적인 위기를 벗어나고자 했고, 엄청나게 풀린 유동성은 부동산 시장은 물론 주식시장도 크게 자극하여 코로나 팬데믹 충격 직후 1,439.43포인트까지 내려갔던 KOSPI가 2021년 6월 3316.03포인트로 신고점을 찍는 일까지 벌어졌다. 또한 이 시기에 개미투자자들이 대거 주식 투자에 나서는 뜻밖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이는 경제 상황과 별 상관없이 시중에 풀린 돈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례였고, 당시 세계적 현상이기도 했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이명박, 문재인 정부 공히 미국과의 통화 스왑을 통해 글로벌 위기를 벗어났다, 이명박 정부 시절은 저금리 기조와 자동차, 화학, 반도체, 조선, 철강 등 당시 시클리컬(경기순환) 산업의 부침에 따라 주식시장이 등락하며 신고점을 찍은 반면, 문재인 정부의 경우는 기업실적 보다는 풀린 유동성이 주가 상승을 견인하여 KOSPI 신고점을 경신했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럼 이재명 정부가 이명박, 문재인 등 여타 정권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증시를 둘러싼 기본적인 환경은 지난 정권 시절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최근의 랠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우선 ESG(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 중 G(Goverance)에 집중하여 한국증시의 저평가 상태를 해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읽힌다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1차(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2차(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3차(안)(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걸친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일정요건 충족 기업)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 쪼개기 상장 및 중복 상장 금지(예정)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등을 통하여 양질의 기업지배구조를 갖추게 했다.

주주와 채권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음은 물론, 기업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는 신념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일 것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다수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물론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에 주주와 채권자만 있는 게 아니고, 여러 이해관계자간의 갈등이 커질 수 있는 근거로 지목되는 법도 조만간 시행될 것이기에 G에 관한 성과를 쉽사리 낙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새겨볼 일이긴 하다.

또 하나는 주식시장의 수급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매우 활발해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 증시는 아직도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의 시장 분류상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호주 등 23개국이 속한 선진시장(Developed Market)에 속하지 못하고, 중국, 인도, 멕시코, 대만, 사우디 등24개국과 함께 신흥시장(Emerging Market)으로 분류되고 있다.

세계 10위 권의 경제규모와 발달한 사회적 성숙도에 비해 말이 안 되는 대접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만큼 ESG 중 대체로 G에 속하는 제도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다는 의미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실질적인 접근(외환시장 24시간 개방 등)을 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선진시장 편입 시 우리 증시 수급은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개선될 게 확실하다. 국가원수가 직접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방문하여 미국 투자은행 관계자들 상대로 대한민국 증시를 세일즈 하고, 투자은행 최고의사결정권자를 만나 투자를 제안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국내에서는 국민연금의 한국주식 투자 규모와 비중을 늘리기 위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고,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의 적절한 정도의 수익률 향상을 위한 제도개선이 주식시장 수급에 장기적으로 매우 바람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의 401K제도(기금형 퇴직연금)가 미국 증시 장기 호황을 견인하는데 크게 기여했음은 불문가지다.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G)도 주식시장의 수급 개선도 개별 기업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다. 국가가 나서서 법적, 제도적으로 관리, 규제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주식시장 레벨업을 위한 여러 정책이 바람직한 방향을 향하고 있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결과가 좋을지 아닐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여타 변수도 끊임없이 출몰할 것이다. KOSPI 5,000포인트는 몇 번 터치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장기적, 추세적으로 5,000포인트는 이제 확고하게 다져졌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자리 잡아야 진짜로 달성되는 것이다.

또 거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더 멀리 갈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이 나라 평범한 젊은이들에겐 마땅한 재산형성 수단이 없다. 과거 1980~90년대 고수익을 안겨줬던 재형저축 상품도 없고, 생애 최초 무주택자 청약 당첨 시 반값 아파트 분양제도도 사라져버렸다. 그런 점에서 주식시장의 장기·추세적 우상향은 당위다.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하는 게 우리 현실 아닌가 한다.

그래서 방법론에 관한 세부적, 각론적 견해와 주장이 자유롭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오래된 주제인 한국증시 저평가 논쟁과 개별 주식 가치 평가에 관한 논의 등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