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트렌드 트레킹] (147) 상인(商人)의 유래
상나라는 중국 은나라의 별칭인데 멸망되자 거주지 잃은 은나라 사람들 떠돌이 전락 농사지을 땅이 없어져 물건 사고파는 일 전념 … 장사 수완 있는 상인들은 큰 돈 벌어 여러 곳을 다니면서 남들보다 많은 정보를 얻었고 세상의 변화와 트렌드 더빨리 체득 우리 사회에 '상인의 DNA'회복조짐 …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 조사서 한국 6위에
상인(商人)은 상나라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상나라는 고대 중국 은나라의 별칭인데, 주 무왕에 의해 은이 망하게 되자 거주지를 빼앗긴 은나라 사람들은 정처 없이 떠도는 신세가 되어버리죠.
농사지을 땅이 없어진 이들은 물건을 사고파는 일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장사 수완이 뛰어난 상인들은 큰 돈을 벌게 되었다고 합니다. 상인, 상업, 상품, 상점이라는 용어가 여기서 유래된 것이고요.
상점과 동의어로 '가게'라는 용어를 쓰는데, 가게의 어원은 '가가(假家)' 즉 임시로 가설해놓은 집이라고 합니다. 200년 전쯤만 하더라도 시장에서 천막치고 돗자리 정도 깔아놓고 상품을 팔았던 것에서 지금의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으로 변천해 온 것이지요.
흥미롭게도 이 '임시성'과 '유목성'이야말로 현대 기업가정신의 핵심입니다. 농경이 위주였던 사회에서 상인들은 정착하지 못하는 떠돌이였고, 마이너리티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여러 곳을 다니면서 남들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고, 세상의 변화와 트렌드를 더 빨리 체험할 수 있었지요.
이것이 바로 현대 스타트업의 민첩성과 혁신의 원형입니다. 2024년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 조사에서 한국이 56개국 중 6위를 달성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2022년 9위, 2023년 8위에서 2년 연속 상승한 이 결과는 우리 사회에 상인의 DNA가 되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이 '시장의 역동성'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입니다. 제품과 시장 변화 속도를 측정하는 이 지표에서의 1위는 현대판 상인들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거지요. 또한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29.2%로 조사 참여국 중 2번째로 낮다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상인 정신이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2024년 전체 창업기업 수가 전년 대비 4.5% 감소한 118만 2,905개로 집계된 것은 우려스러운 신호지요. 국내외 경기둔화와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라는 3고 현상이 창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상인은 고정되어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생각과 행동이 유연하고 늘 움직이는 노마드죠. 길이 없으면 만들고, 새로운 세상에 도전하고 개척하는 파이오니어가 되어야 합니다. 또 변화를 깨닫고 치열하게 삶을 누리는 선구자의 정신이 필요한 때입니다.
자기 몸보신이나 하고 입신양명을 꾀하는 소인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남을 위해 쓸 줄 아는 진정한 상인. 4,000년 전 쫓겨난 은나라 백성들이 보여준 그 불굴의 개척 정신이 지금 우리 시대에 다시 필요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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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김용태 마케팅연구소 대표)= 방송과 온라인 그리고 기업 현장에서 마케팅과 경영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강의와 컨설팅으로 이름을 알렸다. "김용태의 마케팅 이야기"(한국경제TV), "김용태의 컨버전스 특강" 칼럼연재(경영시사지 이코노미스트) 등이 있고 서울산업대와 남서울대에서 겸임교수를 했다. 특히 온라인 강의는 경영 분석 사례와 세계 경영 변화 흐름 등을 주로 다뤄 국내 경영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요 강의 내용을 보면 "루이비통 이야기 – 사치가 아니라 가치를 팔라", "마윈의 역설 – 알리바바의 물구나무 경영이야기", "4차산업혁명과 공유 경제의 미래", "손정의가 선택한 4차산업혁명의 미래", "블록체인과 4차산업혁명" 등이다.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트로이의 목마를 불태워라", "마케팅은 마술이다", "부모여, 미래로 이동하라", "변화에서 길을 찾다", "마케팅 컨버전스", "웹3.0 메타버스", 메타버스에 서울대는 없다(이북), 메타버스와 세 개의 역린(이북) 등을 펴냈다. 서울대 인문대 졸업 후 서울대서 경영학 석사(마케팅 전공)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