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데이터경제학] ⑦ 국민주택 '18평'으로 줄이자
저출생 고령화 영향 … 1인 가구는 804만 가구로 전체의 36.1% 차지 1인 가구 가장 많은데 국민주택 기준은 1970년대 '85㎡' 그대로 유지 60㎡로 줄이면 국민주택기금으로 짓거나 개량할 수 있는 주택수 늘어 주택 값 안정에 도움이 되고 '여유자금' 내수 소비로 돌려 경제에 보탬
저출산 고령화는 인구 구조뿐만 아니라 가구 유형, 거주 형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아이를 낳지 않거나 하나만 낳아 키우는 가정이나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뜬 뒤 독거노인이 많아졌다.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非婚)족이나 늦게 결혼하는 만혼(晩婚) 풍조가 퍼지면서 혼자 사는 젊은이들도 부지기수다.
그 결과 우리나라 가구 유형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보편적인 형태가 되었다.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11월 1일 기준)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는 804만 가구로 전체 가구(2229만 가구)의 36.1%를 차지한다. 그 다음으로 2인 가구가 648만 가구(29.0%), 3인 가구 429만 가구(18.8%), 4인 가구 284만 가구(12.7%)의 순서다.
본디 우리나라의 대표적 가구 형태는 부부와 두 자녀로 구성되는 4인 가구였다. 1960년대만 해도 조부모-부모-자녀 등 3대가 한 집에 사는 모습이 익숙했다. 1961년 설립된 가족계획협회를 중심으로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자'(1970년대), '둘도 많다'(1980년대) 등의 구호로 산아제한운동을 전개하자 자녀를 둘만 낳아 기르는 가정이 많아졌다. 이것이 지나쳐 1990년대 중반 이후 한 자녀만 두거나 아예 낳지 않는 저출산 현상이 심화하면서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졌다.
그래도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 때까지만 해도 4인 가구가 대세였다. 그런데 2010년 2인 가구가 가장 많아지더니만, 2015년부터는 1인 가구가 가장 흔해졌다. 지난해 1~2인 가구가 65.1%로 전체 가구의 3분의 2에 육박한다. 시도별 1인 가구 비율은 집값이 비싼 서울이 39.9%로 가장 높다.
이처럼 1~2인 가구가 많아지니 평균 가구원 수도 줄어들 수밖에. 1955년 5.7명이었던 평균 가구원 수는 1980년 4.5명, 1990년 3.7명, 2005년 2.9명으로 줄어들더니만 지난해에는 2.19명에 불과했다. 2019년 대비 5년 새 0.2명 줄었다.
이쯤 되면 4인 가구 위주로 짜여 있는 정부 정책과 제도를 손질해야 마땅하다. 특히 1973년 주택건설촉진법 시행과 함께 4인 가족에 맞춰 도입한 국민주택 보급 기준 85㎡(25.7평)를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국민주택은 정부가 국민주택채권을 발행해 조성하는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건설하거나 개량하는 주택으로 주거전용면적이 가구당 85㎡(수도권을 제외한 도시지역이 아닌 읍·면 지역은 100㎡) 이하여야 한다. 국민주택 규모는 택지 및 임대주택 공급 기준과 각종 주택 관련 소득공제의 기준이 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등 주택 관련 투기를 막기 위한 기준으로도 활용된다.
저출산 고령화 여파로 이미 크게 변화한 거주 행태 및 가구 유형, 가구원 수 등을 반영해 국민주택 기준을 현행 85㎡에서 60㎡(18.2평) 이하로 줄이자. 이렇게 하면 같은 국민주택기금 재원으로 짓거나 개량할 수 있는 국민주택 수가 늘어날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1~2인 가구의 거주에 적합한 소형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방공사 등 공공기관이 지속적으로 확대하자. 그래야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오르는 주택 가격을 안정시킴은 물론 위험 수위인 가계부채 증가세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 또한 가계 여유자금을 내수 소비로 돌림으로써 경제성장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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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이코노텔링 논설고문■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박사, 중앙일보 산업부장·경제부장, 아시아경제 논설실장 역임. 순천향대학교 초빙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저서: <통계를 알면 2000년이 잡힌다>,<내가 세계 최고, 숫자로 보는 세계 여러나라>공저-<그래도 우리는 일본식으로 간다>,<What's Wrong, Korea?>,<대한민국 신산업지도>,<코리안 미러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