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70) 우수 인재, 확보도 어렵지만 유지는 더 힘들어

상급자가 반드시 직원의 우수성만 보고 자기의 업무 파트너로 삼지 않아 우수 인재는 다른 회사서도 탐내는 인력…처우 맞지않으면 언제든 '이탈'

2025-08-15     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지난 호에서는 우수 인재 확보가 왜 힘든지 그 이유를 살펴봤다. 그리고 어떻게 우수 인재를 확보해야 하는지 기본 요건도 알아봤다.

자, 이렇게 힘들게 인재를 유치하면, 그 인재가 회사에 계속 남으리라는 보장을 할 수 있을까? 조심스럽게 확률적으로 표현하자면 50% 미만일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수 인재"는 홀로서는 존재할 수 없다. 회사와 우수 인재의 관계는, 간부급 인재라면 CEO의 마음(코드)에 들어야 하고, 평직원 급이라면 팀장이나 본부장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

문제는 우수 인재의 상급자가 반드시 직원의 우수성만 보고 자기의 업무 파트너로 삼지 않는 점이다. 우수성의 관점도 상급자의 시각에서는 다양성이 존재하고, 업무 파트너로 삼는 기준도 세밀히 들여다 보면, 같이 일하기 편한 직원, 코드가 맞는 사람, 과거 같은 근무 인연이 있던 사람, 심지어 아부하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 등 매우 여러 가지가 있다. 이는 곧 우수 인재와 조직의 '정합성' 문제인데, 서로가 맞지 않을 경우 우수 인재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조직을 떠나게 된다.

둘째, 우수 인재는 다른 회사에서 탐내는 인력이다. 한국에서는 업종 불문하고 업계가 상당히 좁다. 그래서 다른 회사에서 누가 일을 잘하는지, 즉 누가 우수 인재인지는 경쟁사에서 잘 알고 스카우트의 손길을 뻗친다. 어떤 인사 전문가는 이 점에 착안해 우수 인재의 정의를 아예 "다른 회사에서 탐내는 직원"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수 인재는 다른 조직에서도 적극적으로 영입하려 하는, '이동성'이 높은 직원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관심과 그에 맞는 처우를 해주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존재이다.

셋째, 우수 인재는 현재보다 '미래의 자기 모습'을 기준으로 회사를 평가한다. 회사가 확장 국면에 있지 않거나, 업황이 장기적으로 불투명하면, 그들은 '정체된 물' 속에 스스로를 가둬두려고 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는, 회사가 저평가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할 때 우수 인재가 먼저 손을 들고 명예퇴직을 신청해, 회사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넷째, 업무 수행에서의 2:8 법칙과 피라미드형 조직 구조 때문이다. 2:8 법칙은 마치 개미들의 움직임처럼, 회사 업무도 회사 매출의 80%를 20% 인력이 담당하고, 나머지 80% 인력들은 매출·손익과 연관이 없는 업무에 종사한다는 법칙이다. (물론 상위 20%를 걷어내면 80%에서 다시 2:8로 나눠진다.) 여러 이유로 80% 쪽에 배치된 우수 인재가 있다면 그는 능력 발휘를 할 수 없다는 실망감에 조직을 떠나기도 하고, 조직의 피라미드 구조 특성상 우수 인재들이 시스템 중간에 도려지기도 한다. 이런 현상들은 우수인재가 많이 모여 있는 일류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도 회사의 조직 관리가 인사 원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정치 논리나 파벌에 의해 움직일 때 그나마 남아 있는 우수 인재가 조직을 떠나도록 만든다.

다섯째, 많은 기업들은 "우수 인재"의 중요성 그 자체에는 동의를 하지만, 의외로 "우수 인재 관리"와 "사업 성과"를 의식적으로 연관 지어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경영 목표에 "인재 관리"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지 않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국내 조사는 아직 없지만, 미국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CEO 응답자 중 26%만이 "인재풀을 향상시키는 것이 회사의 경영 목표 상위 3가지 안에 든다"고 대답할 정도이니, "인재 관리"가 실제 경영 현실에서는 '방치'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수 인재의 "확보"도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인데, 그렇게 얻은 우수 인재의 "유지 관리"는 그보다 훨씬 어려운 장애물이 여러 도사리고 있음을 위에서 살펴봤듯, 잘 알 수 있다. 조직이 구조적 병목을 해소하지 않고, 인재의 심리적·전략적 요구를 충족하지 않는다면, 인재의 이탈은 필연이다. 확보보다 유지가 더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이코노텔링

■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