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시한 폭탄' 째각째각… 800억원대 만기 코앞

우리은행에 1억원 투자했다가 손에 쥔 건 겨우'180만원' 원금 손실률 사실상 100%… 獨 국채금리 더 떨어질수도

2019-09-26     이기수 이코노텔링기자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의 세 번째 만기일인 26일 원금 손실률이 100%를 기록하면서 사실상 투자 원금을 날리는 사태를 빚었다.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고객 44명에게 지난 5월 83억원 어치를 판매한 'KB독일금리연계전문사모증권투자신탁제7호(DLS-파생형)' 상품의 손실률이 98.1%로 확정됐다. 26일 만기를 맞는데 손실률은 만기 3일 전인 지난 23일 금리(종가 기준)로 정해진다.

지난 19일 134억원 규모의 DLF가 원금 손실률 60.1%를 기록한 이후 일주일 만에 이 상품이 국내에 판매된 전체 DLF(판매잔액 8224억원) 가운데 처음으로 원금 손실률 100%를 기록한 것이다.

이날 만기가 돌아온 DLF의 실제 상품 손실률은 98.1%. 그러나 이자를 뺀 원금 손실률은 100%에 이른다. 만기까지 해지하지 않으면 약정이자(쿠폰금리)와 자산운용수익 등을 합친 1.9%의 이자가 있기 때문이다. 1억원을 투자했다면 190만원, 2억원의 경우 380만원의 이자만 돌려받게 된다.

국내에 판매된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의 전체 판매잔액은 1266억원. 이 가운데 809억원의 DLF가 여전히 만기를 기다리고 있다. 연내에만 500억원 넘는 DLF의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에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속출할 수 있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3일(-0.75%)부터 열흘간 0.25%포인트 오르며 DLF의 손실률을 낮췄다. 그러나 이후 일주일 새 0.15%포인트 넘게 떨어지면서 다시 손실률을 키웠다. 지난 23일에는 -0.619%까지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빚으면서 원금 손실률 100%를 확정하기에이르렀다.

문제는 독일 국채 금리가 당분간 반등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독일 국채 금리는 지난해 9월부터 급격히 떨어져 지난 3일 -0.727%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을 담당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달 초 반등세를 보였다가 지난 12일 ECB가 발표한 내용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금리는 다시 떨어졌다.

시장은 독일 국채 금리가 당분간 0.1%포인트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CB의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상황에서 유로존 경기를 부양할 뾰족한 대안이 없어 장기적으로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F의 손실률은 더 악화할 수도 있다. 우리은행 DLF의 만기는 앞으로도 12차례 더 남아 있다.

한편 금융소비자원은 25일 DLF의 대규모 손실과 관련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을 상대로 20억원 상당 손해배상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