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KT' 5G혁명의 선봉에 선 황창규 회장

‘황의 법칙’이 세계표준 부상… 일부선 ‘속도 조절론’

2018-10-24     고윤희 이코노텔링 기자
황창규의

서울 안국동 사거리에는 KT의 뿌리가 있다. 종각 방향으로 1분여 걸으면 조선 고종때 세운 우정총국 자리가 나온다. 그래서 도로명도 우정국로다. 말을 타고 소식을 릴레이하던 역참제에서 벗아나 근대 우편과 전신 체제를 구축하는 우정국의 탄생은 조선개화의 신호탄이기도 했다.

1884년 12월4일의 일이다. 지금부터 134년전에 이 우정총국의 낙성식 행사에서 혁명의 횃불이 치솟는다. 그날 횃불은 혁명을 알리는 불빛이었고 개화의 불길을 지피는 불소시게였다.

김옥균이 이끄는 개화당은 고종을 설득해 조선의 개혁프로그램을 이날 내놨다. 그러나 한양에 주둔하면서 수구세력의 뒷배 역할을 하던 청국의 군대에 맞서 왕궁을 지켜주겠다던 다케조에 신이치로(竹添進一郞·1841~1917)일본 공사가 약속을 어기면서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갑신정변은 그렇게 3일 천하의 혁명으로 끝났고 김옥균 등 개화파들은 가까스로 일본 망명에 성공했으나 말로는 처참했다 김옥균은 상해에서 암살된 후 시신은 한양으로 옮겨져 다시 갈기 갈기 찢기는 능지처참을 당했다. 한마디로 우정총국 자리는 개국과 개화의 한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그 우정총국의 후신 KT가 또 다른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주인공은 김옥균에서 황창규로 바뀌었고 혁명의 목표는 4차산업의 기반을 닦을 5세대(5G)통신의 세계 시장의 판도를 확 바꾸는 일이다.

5G시대의 통신은 지난 통신시대의 변혁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상생활의 고정패턴을 획기적으로 허물 태세다. 우선 통신속도와 화질이 대폭 개선돼 영화,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시장의 변화가 예상된다. 또 일하는 방식이나 생산 시스템에서도 일대 혁명이 일어난다. 이를테면 땅을 파는 굴삭기에 운전자 없는 세상이 온다. 굴삭기를 움직이는 운전은 내장된 칩이 알아서 한다. 무인 자율주행차 시대도 성큼 현실화될 전망이다. 드론의 작전반경도 확 넓어진다. 시속 50km속도로 20Km를 오갈 수 있다. 운행시간도 6시간으로 늘어난다. 택배,우편은 물론 인명구조 시스템 등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서 도우미로 나선다.

이미 VR(가상현실) 축구생중계, 홀로그램 화상통화 상용기술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이 혁명의 횃불은 황 회장이 올 2월 세계 처음으로 들어 올렸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릉 현장에서 삼성전자,인텔과 손잡고 시범서비스를 선보였다. 눈으로 보고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17일간 운영됐다. 세계 통신시장의 5G표준을 선보인 것이다.

이는 황 회장이 16년전 내세운 ‘황의 법칙’을 통신 현장에 접목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황의 법칙(Whang’s rule)이 ‘5G시대의 지배(rule)’로 승화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당시 황 회장은 ‘테크노그라트 경영인’으로서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을 주도하면서 반도체 생산 기술의 도약을 이끌었고 오늘날 반도체 호황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내년 3월 상용화를 선언한 ‘황의 혁명’이 이뤄지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잖을 전망이다. 우선 5G시대를 구가할만한 콘텐츠 개발이 따라줘야 하는데 아직 미흡한 형편이고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서비스현장에서의 예기치 못한 상황등에 대한 불신을 넘어야 한다. 황의 혁명이 미완의 혁명이 될지 한국경제의 새로운 방향타를 제시할지 세계 통신업계는 지켜보고 있다.

 ☞황의 법칙= 황창규 회장은 삼성 반도체 총괄사장 때 메모리의 용량이 해마다 두 배씩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해 종전의 무어의 법칙을 뛰어 넘었다. 그의 주장은 업계에서 ‘황의 법칙’으로 불리워졌다. 무어의 법칙은 트랜지스터 개수가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하며 PC가 이를 주도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