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69) '인재' 뽑기가 어려운 이유

인재상 물었을때 어떻게 채용하고 육성하고 있는지 대답하는 기업 많지 않아 회사에 문제 일으키지는 않지만, 두각 나타내지 못하는 인력만 채용하는 경향 회사대표 직접 채용 긴요…경영 사정과 관련 없이, '관행적 고용' 오류만 낳아

2025-07-31     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인재가 회사 경영과 발전에 중요한가?"

회사 경영진에게 이렇게 물으면 열이면 열 다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그렇게 말한 회사들 중에서 진짜 '인재'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채용하고 육성하고 있는지를 물었을 때, 뚜렷하게 대답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영업 부서는 연간 매출 몇 억, 기술연구소는 무슨 제품 개발 등 목표가 비교적 단순하고 선명하게 주어진다. 하지만 인사 업무는 다르다. '인재 확보'가 중요하다는 슬로건은 누구나 내걸지만, 정작 '우리 회사가 말하는 인재란 무엇인가'에 대해 명확한 개념이나 정의를 갖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인재상만 살펴봐도 전부 다르다.

예를 들어, 삼성은 '도전과 창의, 끊임없는 혁신'을 말하고, LG는 '정도 경영을 바탕으로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인재'를, 현대차는 '자율과 책임을 기반으로 변화를 주도하는 인재'를 내세운다. 모두 훌륭하지만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실무 채용 단계에서 어떤 기준으로 누구를 뽑아야 할지 판단이 어렵다. 인재라는 단어는 정의조차 다르고, 해석도 다의적이다.

그 결과, 채용 현장에서는 구체적인 기준 없이 '그럴싸해 보이는 사람'을 주관적으로 뽑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사권을 가진 이들이 오너가 아니라 전문 경영인이나 간부들일 경우, 이 경향은 더 심화된다. 절박하게 사람을 뽑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인재는 아니지만 당장 쓸 수는 있겠다"는 이유로 채용이 이루어진다.

더 심한 경우는 고개를 약간 갸우뚱하게 만드는, 즉 직무 능력에 확신을 못하는 지원자를 뽑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 결과 회사에는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두각을 나타내지도 않는, '고만고만한 인력'들로만 채워지게 된다.

이런 인력들은 적극적으로 일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지도 않는다. 오히려 우수한 인재가 들어와 자신을 위협할까 봐 견제하거나, 본인이 인재였던 적이 없기 때문에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자기 수준에 맞는 사람만 뽑는다. 'B급 인력'이 또 다른 'B급 인력', 심지어 'C급 인력'을 뽑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세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회사 대표가 채용에 직접 관여해야 한다. 조직의 미래를 결정하는 사람을 뽑는 일인데, 사장이 개입하지 않고 인사팀에 전적으로 맡기는 건 위험하다.

둘째, 채용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요건에 부족한 사람은 절대로 뽑지 않아야 한다. 채용은 '가능성'이나 '성격이 좋아 보임' 같은 막연한 인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셋째, 모든 채용은 '회사 대표 후보감을 뽑는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하위직이라고 해서 기준을 낮추면 결국 조직 전체의 평균이 낮아진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현실은 어렵다는 것을 필자도 잘 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은 브랜드도 없고, 임금도 낮다는 이유로 스스로 채용의 자세를 낮춘다. "지원만 해줘도 고맙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그러다 보니 '쓸 만한 사람'이 아니라 '그럭저럭 적응만 하는 사람'을 뽑게 되고, 그 결과 회사는 성장하지 못한 채 다시 인건비 압박에 시달리고, 그 여파로 기존 인력도 이탈하며, 또다시 채용 시장에 나가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현상은 한국의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일본기업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일본 경영서적 중에는 "회사에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먼저 회사 대표가 자기 기업에 대한 긍지를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할 정도이니 말이다.

회사 규모나 경영 사정과 관련 없이,기업에서 관행적으로 직원을 채용하는 오류도 있다. 신규 채용은 "당장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다. 그런 직원은 프리랜서나 알바로 충원하면 된다.

"왜 외부인을 월급을 주면서 회사 직원으로 채용해야 할까?"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없다면, 사내에 B급 인력만 가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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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