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의 난' 10년 만에 재발하나
일본서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롯데홀딩스 경영진 상대 손배 청구 이들 두 형제간 분쟁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채 '세인의 관심' 다시 끌어
10여 년을 끈 롯데家 신동주·동빈 두 형제간 분쟁이 끝나지 않은 채 올해도 재연되고 있다. 이를 반증하는 소식이 6일 일본으로부터 날아왔다.
일본에 거주하는 형 신동주(7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동생 신동빈(70) 롯데그룹 회장 등 롯데홀딩스 경영진 6명을 상대로 1,300억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주주대표소송을 일본 법원에 제기하고 나선 것.
6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 보도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지난 4일 도쿄지방재판소에 제출한 소장을 통해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2019년 한국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회사 신용도가 하락하고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홀딩스 경영진이 해당 사건에 대한 대응을 게을리해 손해를 입힌 만큼 회사에 140억 엔(약 1,322억 원) 상당액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주주대표소송이란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경영진의 경영상 실책 등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회사의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제기하는 법적 절차다.
신 전 부회장은 소송 제기에 즈음해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신 회장 등 경영진의 책임 소재를 밝혀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이에 대해 롯데홀딩스 측은 "아직 소장이 전달되지 않아 언급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에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본인의 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등을 제안했지만 모두 부결돼 경영 복귀에 또 실패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15년 이후 와신상담하는 가운데 해마다 열린 주총에서 자신의 경영권 회복을 겨냥한 안건을 계속 제안해 왔지만 뜻을 이루지 못해왔다.
이번 소송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10여 년 전인 2015년 8월, 한여름을 달구며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롯데가 동주·동빈 왕자의 난'이 이젠 잊혀 질 때도 됐는데 올 폭염 속에서 재연됐기 때문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지만 이들 두 형제간 분쟁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채 세인들의 관심을 계속 끌고 있는 셈이다.
2015년 당시 국내 5대 재벌 롯데의 형제 분쟁은 드라마적 요소가 워낙 많아 폭염 속에서도 폭발적인 관심을 끈 바 있다. 롯데 창업주 신격호가 생전에 둔 네 자녀 중 아들자식은 장남 동주와 차남 동빈 둘 뿐이었는데 이들이 죽어라 다툼을 벌인 것이다.
또 분쟁이 한국과 일본 두 곳을 오가며 벌어진 데다 한국과 일본 두 곳의 롯데 오너가 가족들이 물밑 세 대결도 벌인 것으로도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 양상은 '두 왕자의 난'이라기보다 차라리 '3부자 간 골육상쟁'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장남 동주와 차남 동빈, 두 아들의 경영권 다툼이었지만 창업주인 아버지 신격호가 엄연히 살아 분쟁의 와중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현해탄의 경영자' '불세출의 경영 귀재'로 불리는 가운데 일본과 한국을 넘나들며 롯데가를 축성했던 신격호였지만 자식들의 경영권 분쟁에서만큼은 조정은커녕 거기에 휘말리는 형국을 연출하고 말았다. 당시 이미 몸과 마음이 쇠약한 93세의 노인이었기 때문이다.
다툼은 친족 간에 복잡한 국면을 연출했고 결과도 속단하기 힘들게 전개됐다. 무엇보다 70년 가까이 한·일 양국에서 '롯데 왕국'을 건설해 온 창업주 신격호(당시 직함 총괄회장)의 '중병' 정황(情況)이 사태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당시 93세였던 그는 두 아들의 경영권 분쟁을 조정하는 데 끝내 실패했다. 그는 5년 후인 2020년 1월 9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일각에선 그의 책임론도 제기했다. 전근대적 황제경영에 빠진 나머지 치매 얘기가 나오기 전에 일찌감치 2세 승계 작업을 못 끝내고 실기(失機)했다는 것이다. 판단력이 흐려진 말년에 두 아들 때문에 스타일을 확 구겼다는 평도 있었다.
당시 이미 꼬이고 꼬인 롯데 왕자의 난을 보다 잘 관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5가지 쟁점이 소개되기도 했다. ◇장기화 예상되는 롯데홀딩스 주총 대결 ◇화해 가능성 낮은 3부자 소송전 ◇창업주 신격호 치매 정황 ◇국회·국세청·금융감독원 등 관계 기관들의 압박 ◇시민단체 등의 불매운동 및 反롯데 움직임
또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연결고리가 일본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한국 호텔롯데→국내 계열사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세상에 널리 알려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