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1호기 역사속으로

원안위서 '원전해체' 승인…한수원, 2037년까지 단계적 해체

2025-06-27     이코노텔링 장재열 기자

국내 최초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가 40년 운영을 마치고 해체 절차에 들어간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오는 2037년까지 고리 1호기 원전 부지를 원상 복구하기로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6일 한수원이 제출한 고리1호기 해체 계획서를 심의·의결했다.

부산시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1호기는 설계용량 595메가와트(㎿e)의 가압경수로(PWR) 방식 원전으로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공급했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07년에는 계속운전 허가를 받았다. 2017년 6월 영구 정지된 이후 8년 만에 해체 작업에 들어가게 됐다.

한수원은 원전의 건설·운영에 이어 해체까지 원전 전주기 기술 확보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 규모가 50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원전 해체 산업에 적극 뛰어든다는 구상이다.

한수원은 앞으로 12년에 걸쳐 고리1호기를 단계적으로 해체하고 원전 부지를 복원할 계획이다. 먼저 2031년까지 사용후핵연료 반출을 완료한다. 2035년 부지 복원에 착수하고, 2037년 최종적인 해체 종료를 목표로 설정했다.

해체 사업은 '해체 준비→주요 설비 제거→방사성폐기물 처리 및 부지 복원'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한수원은 먼저 다음 달 터빈 건물 내 설비, 복수탈염 설비, 옥외탱크 등부터 순차적으로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 이는 고리1호기 비관리 구역 내부 등의 설비를 해체하는 공사다. 석면보온재를 먼저 제거한 뒤 해당 설비들에 대한 철거를 진행한다. 공사 기간은 약 30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2031년에는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한 뒤 방사성 계통·구조물 철거 및 방사성폐기물 처리 등을 거쳐 2037년 해체를 종료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해체 과정에서 방사선 안전 관리와 환경 보호, 지역과의 소통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겠다"며 "고리1호기 해체 사업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사회의 신뢰를 기반으로 해체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지난해 원전 해체 준비 첫 단계로 '계통제염'을 진행했다. 제염이란 원전 내 방사성 물질을 화학약품으로 제거하면서 방사성 물질을 3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작업이다.

한수원은 방사선 오염이 가장 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원자로 냉각제계통과 화학·체적 제어계통, 잔열 제거계통에 과망간산·옥실산 등의 화약품을 주입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등 실제 해체 작업에 문제가 없도록 준비했다.

업계는 고리1호기 해체가 단순한 원전 설비 철거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원전 생태계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 국내 최초로 원전 해체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건설·운영에서 나아가 원전의 전 주기 생태계를 완성했다는 점에서다.

50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에 한국 원전업계가 뛰어들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해 기준 세계적으로 영구 정지 원전은 209기인데 21기만 해체가 완료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총 588기의 원전이 영구 정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향후 원전 산업에서 해체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한수원은 원전 해체 분야 해외 전문기관과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전문가를 양성 중이다. 영국 원자력해체청(NDA), 프랑스 국영기업 ORANO, 캐나다 키네트릭스·캔두에너지, 슬로바키아 국영 원전기업 자비스(JAVYS)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고리1호기의 안전하고 경제적인 해체를 위해 96개 해체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핵심기반 기술 38개를, 한수원이 상용화 기술 58개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