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50) 산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제아무리 재능이 있다하더라도 성실함이 모자라면 부지런한 사람을 이길 수 없어 홀로 자란 사과 나무보다 여럿이 함께 자란 사과 나무의 열매가 더 크고 맛있는 법 시장도 활발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물건 값이 더 떨어지고 품질좋은 물건도 나와 토끼와 거북이 경쟁은 불공정한 게임…독과점 생기지 않도록 제도와 장치 뒷받침

2025-06-27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산토끼가 길을 가다가 거북이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깡충깡충 빠르게 뛰어가던 산토끼는 느릿느릿 기어가는 거북이를 보고 느림보라고 놀렸습니다. 그러자 거북이가 산토끼에게 말했습니다. "토끼야, 그렇게 걸음이 빠르다고 자랑하지 마라. 누가 더 빠른지는 경주를 해보아야 아는 거란다."

산토끼는 그말에 배꼽을 잡고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누가 더 빠른지 경주를 해보자." 마침내 달리기 경주를 위해 거북이와 산토끼는 출발선에 나란히 섰습니다. 출발 신호와 함께 산토끼와 거북이는 달리기 경주를 시작했습니다. 건너편 산등성이에 먼저 도착하는 쪽이 이기는 것이었습니다. 산토끼는 당연히 자기가 더 빠르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껑충껑충 뛰어갔습니다. "아이, 시시해. 거북이는 보이지 않네. 여기서 잠시 쉬었다가도 될거야."

산토끼는 잠시 쉬다가 그만 깊이 잠들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자기 걸음이 느리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거북이는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기어갔습니다.

얼마 후 잠에서 깨어난 산토끼는 깜짝 놀라 거북이가 어디까지 갔는지 찾아보았습니다. 거북이는 이미 산등성이에 거의 도착한 상태였습니다. 산토끼가 아무리 빨리 달려도 거북이보다 먼저 도착할 수는 없습니다. 마침내 거북이는 경주에서 승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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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너무도 유명한 '토끼와 거북이' 우화입니다. 주제는 경쟁입니다.

제아무리 재능이 있다하더라도 성실함이 모자라면 부지런한 사람을 이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하나의 단서가 붙습니다. 경쟁을 공정한 규칙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이루어져야지 한쪽이 유리한 조건이면 안된다는 겁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쟁은 공정한가요? 사실 그렇지 않죠. 원래 토끼는 산에 사는 동물이고 거북이는 뭍에서 살기도 하지만 주로 바다에 사는 동물입니다. 당연히 뭍에서 달리기를 하면 토끼가 거북이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죠.

거북이는 바다에서 엄청난 속도를 냅니다. 시속 24km까지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토끼는 육지에서 시속 64km까지 달릴 수 있습니다. 거북이가 아무리 속도를 낸다해도 토끼를 이길 수 없습니다. 거북이에게 앞서 달리게 해야지 토끼와 동일선상에서 경주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토끼와 거북이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되려면 경쟁의 룰부터 바꿔야 합니다.

경쟁은 자본주의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시장경제에서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표적인 인물은 현대경제학의 시조 아담 스미스입니다. 그는 경쟁을 '보이지 않는 손'에 비유했습니다. 그의 불후의 명작 '국부론'에 나온 한 대목을 소개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생산물의 가치를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자신의 자본을 활용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공익을 증진하려고 의도하지 않으며 얼마난 공익에 기여하고 있는가를 알지도 못합니다. 다만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행동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행동하는 가운데 '보이지 않는 손'의 인도를 받아 원래 의도하지 않았던 목표, 즉 공익증진을 이루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람은 경쟁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열심히 추구하는 가운데 국익을 증진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핵심단어는 '경쟁'과 '자기 이익'입니다. 스미스는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생산자라도 시장이라는 제도를 통해 상호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질서 같은 게 형성된다고 봤습니다. 가령, 치열한 경쟁을 하는 어떤 기업이 자사 제품의 값을 올리려 해도 경쟁 기업 때문에 그리 하지 못합니다. 결국 경쟁자끼리 서로 감시하고 규제하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저절로 보호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처럼 언제나 선의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불공정한 경쟁 상황이 나타기도 합니다. 만약 어떤 대기업이 중소기업들을 다 죽이고 시장에서 혼자만 살아남았다고 합시다. 그러면 그 기업은 가격을 마음대로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시장을 주무르겠죠. 경쟁자 없이 공급자가 단 하나인 경우를 경제학에선 '독점'이라고 하고 몇몇 소수의 경우를 '과점'이라고 합니다. 둘다 경쟁의 원리를 해치는 독입니다. 각 나라에서 독과점이 생기지 않도록 여러 제도와 장치를 만들어 놓는 것은 토끼와 거북이의 부당함 게임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경쟁은 아름답다=세상 만물은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살아갑니다. 홀로 자란 사과나무보다 여럿이 함께 자란 사과나무의 열매가 더 크고 맛이 있는 법입니다. 사람도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직장,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날마다 경쟁하며 살아갑니다. 시장도 활발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물건 값이더 떨어지고 품질 좋은 물건도 만들어집니다.

반대로 독과점 시장은 경쟁이 없기 때문에 공급자가 가격을 올리거나 높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공급을 마음대로 조절합니다. 품질 개선 노력도 별로 하지 않아 결국 소비자만 피해를 봅니다. 정부가 독과점을 규제하는 이유입니다. 독과점 기업이 출고가격을 일정수준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게 하거나 아예 독과점 기업을 여러 개로 나누도록 명령을 내리기도 합니다. 또 기업들이 서로 합치려 할 경우 독과점 우려가 있으면 허용하지 않습니다.

물론 독과점 규제의 예외는 있습니다. 전력, 철도, 우편처럼 많은 투자비가 들고 공공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사업이 그렇죠. 국민에게 필수적인 이들 사업을 일반 사업자에게 맡긴다고 가정해보세요. 그 사업자가 돈을 벌려고 가격을 마구 인상한다면 매일 이들 서비스를 받는 국민은 엄청난 고통에 시달릴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 이들 사업에 투자를 하거나 지원하는 방식으로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싼 값에 제공합니다. 일반 기업들은 이런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제한되니 자연스럽게 독과점이 생기게 됩니다. 이들 사업을 하는 기업을 공기업이라고 하지요.

독점 공기업이 민간인에게 넘어가는 것을 민영화라고 합니다. 민영화는 해당 공기업이 돈도 벌고 경영도 안정됐다고 판단될 때 합니다. 지금의 포스코라든가 KT&G가 대표적인 민영화의 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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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