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트렌드 트레킹] (136) 소금장수의 스토리텔링
단순히 판매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온 동네 다니면서 소식을 전하는 이야기꾼 오뚜기는 '작은 것에서도 최선 다한다'는 철학 담은 브랜드로 젊은층 사로잡아 마케팅은 제품 기능과특성 나열하는 시대 지나 소비자 마음에 이야기 심는 것
한국사람들 마음속에는 소금장수가 살고 있습니다. 어릴 적 할머니 무릎을 베고 소금장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기 때문일 겁니다. 소금이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었던 시절, 소금장수는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소금을 공급해 줬지요. 지금으로 치면 소금을 방문판매하는 유통업자입니다. 그러나 소금장수는 단순히 판매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온 동네를 다니면서 소식을 전하고 이야기도 해주는 이야기꾼(story-teller), 즉 미디어였던 셈이지요.
이 오래된 소금장수의 모습은 오늘날 디지털 시대의 마케팅 본질을 보여줍니다. 현대 소비자들은 더 이상 단순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그들은 의미와 가치, 그리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반응하지요. 최근 제76회 칸 국제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나이키의 'Never Done Evolving' 캠페인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캠페인은 단순히 운동화를 판매하는 대신, 여성 스포츠 선수들의 진화하는 여정과 도전을 감동적인 스토리로 풀어내면서 나이키는 제품이 아닌 끊임없는 발전과 도전이라는 '이야기'를 판매했고, 전 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요.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광고 기법을 넘어 기업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MZ 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오뚜기'의 사례를 볼까요.
오뚜기는 '작은 것에서도 최선을 다한다'는 철학을 담은 브랜드 스토리텔링으로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요. 특히 코로나19 기간 동안 임직원 해고 없이 오히려 직원들의 복지를 강화한 오뚜기의 이야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확산되며 '오뚜기 챌린지'라는 자발적 소비 운동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식품 제조업체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스토리를 통해 충성도 높은 팬덤을 형성한 사례입니다.
이는 대기업만의 과제가 아닙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모두가 당면한 현실이지요.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누구나 이야기꾼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진정한 영향력을 가진 이야기꾼이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감성을 움직이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문화코드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마케팅에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상품에 이야기를 융합해 보시죠. 소금장수처럼 단순히 상품을 팔려고 하지 않고 문화를 팔아야 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음을 감지해야 합니다.
이야기꾼 - 그들이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겁니다. 이제 마케팅은 더 이상 제품의 기능과 특성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이야기를 심는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소금장수가 되어, 제품이 아닌 의미를 전달하는 기업만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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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김용태 마케팅연구소 대표)= 방송과 온라인 그리고 기업 현장에서 마케팅과 경영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강의와 컨설팅으로 이름을 알렸다. "김용태의 마케팅 이야기"(한국경제TV), "김용태의 컨버전스 특강" 칼럼연재(경영시사지 이코노미스트) 등이 있고 서울산업대와 남서울대에서 겸임교수를 했다. 특히 온라인 강의는 경영 분석 사례와 세계 경영 변화 흐름 등을 주로 다뤄 국내 경영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요 강의 내용을 보면 "루이비통 이야기 – 사치가 아니라 가치를 팔라", "마윈의 역설 – 알리바바의 물구나무 경영이야기", "4차산업혁명과 공유 경제의 미래", "손정의가 선택한 4차산업혁명의 미래", "블록체인과 4차산업혁명" 등이다.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트로이의 목마를 불태워라", "마케팅은 마술이다", "부모여, 미래로 이동하라", "변화에서 길을 찾다", "마케팅 컨버전스", "웹3.0 메타버스", 메타버스에 서울대는 없다(이북), 메타버스와 세 개의 역린(이북) 등을 펴냈다. 서울대 인문대 졸업 후 서울대서 경영학 석사(마케팅 전공)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