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63) 근로자 질책도 명확하게 해야

회사가 '임금 지급 의무'가 있듯이, 근로자도 '선량한 관리나 법적 책임'이 있어 "실수하지 마라,직장인으로서 기본 지켜라"는 훈계성 지적보다 구체 명시 필요 추상적인 요구 대신 "당신은 법적 근로제공의무 제대로 않고 있다"고 경고해야

2025-04-25     권능오 노무사

회사 직원으로서 소위 "밥값"을 제대로 못하는 직원에 대해서, 회사에서 하는 말은 "실수하지 마라" "실적을 올려라" "직장인으로서 기본을 지켜라"라는 추상적이고, 훈계성 발언이 대부분인데, 이런 소리를 듣는 많은 직원들은 "또, 그 소리네"하고 한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흘려듣는 경우가 많다.

과거 직장인에게 통했을 법한 소리를, 시대가 변했는데도 회사가 같은 소리를 계속하는 이유는, 회사도 근로기준법상 "임금지급의무"만 알지, 그 반대 급부로 직원들에게 무엇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지, 즉 근로자가 회사에 어떤 채무를 지고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첫째, 직원은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댓가로, 민법상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부담한다. 약칭 "선관의무"라고 하는 이 의무는 타인의 일이나 금전 등에 관하여 일을 맡게 되었다면 타인의 권리 보호와 신뢰성 확보를 위하여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를 말한다. 업무시간에 회사 일은 안 하고 인터넷 서핑을 즐기거나, 경리직원이 다른 회사에 송금 실수를 하면, 그런 직원들은 이 의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외부 업체 탐색을 열심히 하여, 최대한 낮은 견적가를 제시하는 외부업체에 일을 맡길 수 있는데, 이를 등한히 하는 직원도 마찬가지이다.

둘째, 직원이 회사에 제공해야 하는 "근로"는 민법상 "종류채권"이기 때문에, 적어도 "중등도"의 품질을 제공해야 한다. ("종류채권"이란 "쌀 100kg제공"같이 품질이 특정되지 않는 채권으로서, 이럴 경우 채무자는 상급·중급·하급 쌀 중 적어도 중등 품질의 쌀을 제공해야 한다). 기안서류에 오타를 자주 낸다던지, 영업실적 저조같은 업무능력은 물론, 상사에게 사사건건 대드는 직원의 태도도 "중등도 품질의 업무"를 회사에 제공하지 않는 "채무불이행"이다.

셋째, 회사가 외부에 대해 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행위(계약, 공문발송)는 세계적 초대기업이든 직원 수 10인 정도의 작은 회사이든 오직 "대표이사"만이 할 수 있고, 그 행위를 직원이 하려면, 회사 내에 명확한 "전결위임규정"이 있어야 한다. 이것도 모르고, 직원이 자기 권한인 양 외부업체와 임의로 계약서를 찍고, 대표 명의 공문을 발송하는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한다. 이로 인해 발생되는 모든 책임은 민법 제756조에 따라 회사가 전적으로 일단 부담하지만, 직원에 대한 구상권 행사도 있을 수 있음을 미리 교육을 통해 경고해야 한다.

넷째, 첫째 ~ 셋째의 적극적 행위뿐만 아니라, 직원들은 어떤 행위를 하지 말아야 "부작위 의무"도 부담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비밀 유지의무"이다. 직원이 지켜야 할 비밀에는 "(약칭)영업비밀보호법"에서 규정한 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지득한 모든 업무상 비밀이 포함되는데, 요즘 일부 회사들은 신규 채용시 "영업비밀준수서약서"를 받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 서류에 서명하는 직원들 중 과연 몇 명이나 "업무비밀의 준수"가 단순히 회사가 요구하는 사항이 아니라, 자기에게 부과된 법적 의무라는 사실을 깨닫고 서명하는지는 모를 일이다.

직원들이 회사 생활을 하면서 최소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법률 상식이 저것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법원에서 회사로 보낸 각종 압류명령서, 재판기일 지정서 같은, 중요한 문서들도 직원들이 그 문서들의 중요성은커녕 그 의미조차 깨닫지 못하고, 위에 보고도 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심지어 우편배달원에게 등기수령 싸인만을 여직원이 한 채, 우편물을 열어보지도 않고 그냥 방치해(직원급여압류명령서 등) 나중에 회사가 억대에 가까운 배상을 채권자(은행)에게 하게 되어 관련 부서장 이하 직원들이 중징계를 받는 경우도 있다.

"나는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하면 돼""근로기준법에 보니까, 대기시간도 근무시간으로 간주되더라"라는 생각으로 업무를 소홀히 하거나, 대충하려는 직원들에게, 옛날처럼 막연하고 추상적인 "성실한 근무자세"나 "회사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는 것보다, "당신은 지금 법적 근로제공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라고 경고하는 것이, 시대에 맞는 훨씬 더 호소력 있는 독려 발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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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