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현대차그룹, 미국에 제철소 같이 건설한다
두 그룹 업무 협약 맺고 이차전지 사업도 같이 하기로…급변하는 통상 환경에 공동 대응
국내 철강업계 최대 라이벌인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미국 트럼프 정부의 고율 관세 장벽 등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제철소 건설 및 이차전지 사업에서 손을 맞잡기로 했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21일 서울 강남구 현대차 양재 사옥에서 '철강 및 이차전지 분야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한석원 현대차그룹 부사장(기획조정본부장),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사장(미래전략본부장) 등 양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포스코그룹은 현대차그룹 계열 현대제철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를 하는 한편 생산 물량 일부를 직접 판매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지난 10여 년간 보호무역 장벽으로 제한됐던 북미 철강 시장 진출의 새로운 교두보를 마련해 미국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대한 고품질 철강재 공급 기반을 다진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루이지애나 신규 제철소 건설에 들어가는 총 58억 달러(약 8조 5,000억 원)의 막대한 투자비 부담이 포스코그룹의 지분 투자로 인해 상당 부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측 투자액과 지분율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3분기 착공 예정인 이 제철소는 원료에서 제품까지 일관 공정을 갖춘 자동차 강판 특화 공장으로 건설된다. 기존 고로(高爐) 제철소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고급 제품을 만드는 친환경 전기로 제철소로 2029년 완공되면 연간 270만 톤 규모의 열연 및 냉연 강판 공장이 된다.
현대차그룹은 이 제철소를 통해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등 북미 지역 현대차그룹 생산 시설은 물론 미국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에게 고품질 자동차 강판을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양 그룹은 신규 제철소 건설 공동투자 외에 탄소 저감 철강 생산을 위한 효과적인 탄소중립 전환 방안도 수립키로 했다. 포스코그룹이 국책 연구 과제로 수행 중인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협력 수단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두 그룹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게 된 것은 막대한 제철소 투자금(58억 달러=8조5,000억 원) 중 절반을 외부에서 충당해야 하는 현대제철 측과 트럼프 정부의 25% 철강 관세를 피하면서 북미 생산 거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포스코 측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정부의 고율 관세에 대응할 현지 생산 체계 강화가 시급했고, 중국 철강재 덤핑 공세에 시달려 온 포스코그룹은 나름대로 수익성이 좋은 미국 내 철강 사업 확대가 절실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재계는 이들 양 그룹의 전격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을 '무척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향후 이들의 협력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가 밀어붙이는 관세 전쟁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 우리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협업에 더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양 그룹은 이차전지소재 사업에서도 협력키로 했다.
포스코그룹은 이차전지소재 분야에서도 현대차와 협업에 나서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이후의 글로벌 전기차(EV) 시장 흐름에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포스코는 배터리 소재인 리튬 광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포스코퓨처엠을 통해 양·음극재 등 이차전지소재 사업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차전지 소재인 양·음극재를 소재사로부터 직접 납품 받는 방안을 찾고 있던 차라 이번 협약으로 포스코와의 협력 가능성이 높아졌다. 배터리 설계와 생산 방식 연구 등을 통해 자사 전기차에 맞는 최적의 배터리를 찾겠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 협약을 두고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사업 기회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전동화 리더십 확보에 필요한 토대도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 이주태 사장은 "양 그룹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글로벌 통상 압력과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한편 철강과 이차전지소재 등 그룹사업 전반에 걸쳐 지속 성장 해법도 찾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